[아주초대석]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 "부동산은 엄연한 경제재…공공·민간 대상 '투 트랙' 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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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0-0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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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형 학회장 "억제만으로 경제재 가치 상승을 막는 것은 무리"

  • "고도성장 이룬 현시점에선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특히 민간은 최대한 수급 논리에 맡겨야"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이 최근 인천 계산동 경인여대 교수실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12·16 부동산 대책'의 3가지 핵심 요소는 '수요 억제', '공급 억제', '조세 강화'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책을 통해 주택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부동산도 하나의 경제재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억제만으로 경제재의 가치 상승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근 인천 계산동 경인여대에서 만난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12·16 대책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작년 하반기 동안 줄곧 강세를 보였던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지난달 12·16 대책 발표 이후 매수심리가 꺾이며 상승폭이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대출 규제, 세제 강화 등 매수자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고강도 규제들이 대거 담기면서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번 정책의 효과가 대단히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력한 규제로 인한 일시적 각성 효과는 있겠지만, 시장을 근본적으로 다스릴 수급 방안은 사실상 빠져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학회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12·16 대책이 대출 규제, 세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고강도 규제다 보니, 올해 상반기 동안 주택 시장은 매수·매도자 간 힘겨루기 양상이 지속되며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책에 공급 방안이 결여된 데다 오는 4월 총선이라는 변수까지 있어, 하반기에 진입하면 주택 시장이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또 서울과 지방, 지역 내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 아파트와 그 외 주택군 등 시장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 학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 밝혀 화제가 된 '투기와의 전쟁' 발언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서 학회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다 보니, 이를 보고만 넘어갈 수 없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 표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동산은 절대 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부동산 양도차익은 불로소득'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데, 사실 부동산은 엄연한 하나의 경제재다. 투자에 대한 수익도, 손실도 모두 사용자가 진다. 정부가 이를 인식하고 정책을 펼친다면 더욱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물론 12·16 대책을 비롯해 정부가 내놓는 일련의 부동산 정책들이 모두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며 "우리 같은 학계 관계자들 역시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근절에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서 학회장은 "문제는 정부의 전략에 있다. 생각해보자. 가령 내가 저렴한 오피스텔이나 다세대, 단칸방에 살고 있는데 소득 수준이 향상된다고 생각해보라. 당연히 더 나은 주택에서 살고 싶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삶의 질이 향상될수록 사람들은 더 나은 수준의 주거 환경을 원한다. 고가 아파트 대출 규제 강화 등 조치는 기본적인 사람들의 주거 욕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확대 방안도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가 교통 및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에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면 주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앞서 언급한 기본적인 주거 대기 수요가 풍부한 상태에서 공급 억제 조치에 나선다면 당연히 이 규제망을 피한 지역들이 반사이익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서 학회장은 "최근 청약 시장의 과열 현상은 바로 이 공급 억제 정책에 대한 대표적인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일대 공급되는 청약 시장만 보더라도 평균적으로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이 예삿일인가"라며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라면 당장 주변 시세 대비 20~30%가량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입주 후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정도면 곧바로 주변 시세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청약자들이 몰리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보유세, 양도소득세 추가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평을 내놨다. 서 학회장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유세를 강화하고 이에 따른 조세 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문제는 정부의 보유세 강화가 양도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양도세가 매우 높게 매겨지는 나라다. 선진국은 보유세가 높게 적용되긴 하지만, 양도세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부동산을 보유하는 계층에게는 부담을 주고,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선진국 논리다. 부동산 개념이 소유 중심이 아닌 이용 중심으로 정착돼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이 같은 토양이 아닌데 보유세도 높이고, 양도세도 올린다면 이는 곧 국민들의 조세 부담으로 이어진다. 적어도 보유세를 강화할 거라면 1가구 1주택자 정도에게는 면제해주는 방향으로 조세 체계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도 이어나갔다. 서 학회장은 "정부가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규제 일변도의 주택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미 사회가 고도성장을 이룬 현시점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 높은 정책을 전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공공 주택과 민간 주택 분야의 '투 트랙(Two Track)' 정책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수급계층, 차상위계층 등에게 정부가 거둔 세금을 통해 양질의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공급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분양 전환 시 문제가 되는 5년 임대, 10년 임대는 과감하게 배제하고, 영구임대를 많이 지어 정부의 주거안정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민간 주택은 최대한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맡기는 것이 핵심"이라며 "강남이 대기 수요가 풍부한 것은 그만큼 뛰어난 교육, 문화, 업무, 상업, 교통 여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들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주택을 조성하고, 지역도 넓혀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학회장은 "가령 서울에는 주요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건폐율을 줄이고 용적률을 최대한 높인 랜드마크를 짓고, 줄인 용적률만큼 남은 공간은 공원 등으로 기부채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며 "특히 서울이 엄연한 글로벌 도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 뉴욕,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등에 비해 대표 마천루가 적은 점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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