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소원수리] "극심한 생활고에 수차례 합의 생각"... '乙의 눈물' 軍장교 기소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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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0-01-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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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도 취지와 달리 장교 옭아매는 수단으로 악용 지적

  • "군 검찰, 무죄 다투는 장교에 기소휴직 남발 의심"

법적 다툼이 발생했을 때 군 장교의 방어권을 위해 마련된 기소휴직이 취지와 달리, 이들을 옭아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소휴직이란 '군인사법 제48조'에 근거해 군검찰에 기소가 된 군인을 부대 지휘관 재량으로 강제로 휴직시키는 제도다. 부사관 이상의 장교가 기소된 경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휴직시키며 휴직 기간 동안 해당 군인에게 기본급의 절반만 지급한다.

해당 제도가 마련된 취지는 공무나 행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방지하고, 당사자에게는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기소휴직을 당하면 확정판결 전까지는 의무복무 기간을 마쳐도 전역을 못하게 된다(군인사법 시행령 제6조 제4항). 또 기본급의 절반만 지급받게 돼 3심까지 가는 법적 다툼을 벌일 경우 극심한 생활고가 불가피해진다.

◆"극심한 생활고에 수차례 합의를 생각했다"

해군사관학교 교수부 사회인문학처 국가교관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지난 2011년 6월 국가보안법 위반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하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 벌금 20만원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김씨가 재판에 넘겨졌다는 이유만으로 해군참모총장으로부터 기소휴직 처분을 받으면서 미지급된 보수였다. 김씨는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내려진 2014년 9월에서야 비로소 밀렸던 보수 6187만여원을 지급 받을 수 있었다. 최초 기소가 된 이후 3년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임지석 법무법인 해율 대표 변호사는 "김씨처럼 3년여나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는 드물다. 보통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형편없는 월급으로 인한 생활고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합의를 보거나 1심의 결정을 받아들인 사례가 더 많았을 것"이라며 "기소휴직으로 전역일마저 밀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군인이라는 이유로 기소되는 순간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말했다.
 

[자료: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실 / 그래픽=김정래 기자]


◆"군 검찰, 무죄 다투는 장교에 기소휴직 남발 의심"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기소휴직자 군사법원 판결 현황을 보면 총 138명의 기소휴직자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2명에 불과했다. 반면 무죄는 19명으로 실형 대비 무죄 건수가 9배 이상됐다. 집행유예는 29건, 선고유예도 25건이나 됐다. 형벌 사유에서 제외돼 벌금을 문 경우도 29건에 달했다.

특히 기소휴직자 중 무죄를 선고 받은 자가 2015년 11명에서 2018년 0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집행유예는 같은 기간 1명에서 25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기소휴직자가 길어지는 소송으로 인한 심적 부담감으로 무죄를 받기 위한 상고심을 포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영기 법무법인 승전 변호사는 "가벌성이 높은 사람에게 내려져야 할 기소휴직 처분이 오히려 처벌될 가능성이 낮은 사람에게 더 많이 내려졌다는 방증"이라며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군대에서만 발생하는 가혹행위나 상관모욕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다툴 때 기소휴직이 남발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1심에서 형을 받은 가해자가 항소를 할 경우 기소휴직을 받은 피해자 측은 하염없이 연기되는 군대 제대일과 기본급의 절반 수준인 월급으로 인해 결국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며 "기소휴직은 더 이상 피해자의 방어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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