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 재벌가 자제들···왜 솜방망이 처벌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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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0-0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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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계 "이례적 선처···초범이라해도 가벼운 처벌"

  • "법원 양형기준에 맞게 변론하는 것도 요인"

“마약류 범법행위가 되풀이되고, 근절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법원의 관대한 판결을 중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1월 변종 대마를 상습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가(家) 3세 정현선 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한 말이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정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법원의 가벼운 처벌이 상류층의 일탈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마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재벌 3세들이 잇따라 집행유예 등 유달리 가벼운 처벌을 받으면서 '재벌가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정씨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피고인의 범죄는 마약범죄로 죄질이 좋지 않으나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며 "공범에 대한 양형도 고려하면 원심의 양형이 합리적인 재량범위에 속한다"며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씨와 같이 변종 대마를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던 SK그룹 3세 최영근 씨도 지난해 항소심에서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대마를 투약 횟수는 정씨가 26회, 최씨가 100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전 명예회장의 손녀 황하나 씨는 필로폰 투약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홍정욱 전 의원의 딸은 대마 카트리지 6개와 향정신성의약품인 LSD 등을 여행용 가방과 옷 주머니 속에 숨겨 들어오다 적발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홍  전 의원의 딸이 들여오려던 LSD은 코카인보다 환각증세가 100배 강하다고 알려져 ‘가’급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물질이다. 카트리지 형태의 '가공품'이어서 예상 사용량도 적지 않았지만 양형에 그다지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재벌가 자재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양형기준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 따르면 대마를 흡연하거나 단순 소지했을 때는 징역 8개월~1년 6개월을, LSD를 투약하거나 단순 소지했을 때는 징역 1년~3년을 선고하게 돼 있다.

실형과 집행유예는 부정·긍정 주요 참작사유와 일반참작사유에 의해 결정되는데 긍정사유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주요긍정사유가 주요부정사유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 집행유예를 권고하고 있다.

이재용 JY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긍정 참작 사유로는 △공범의 범행 저지 △동기에 특히 참작할 만한 사유 △중요한 수사 협조  △자수했을 때 △초범 등”이라며 "마약같은 경우는 재범 여부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대마는 초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많지만, 몇십 회에 걸쳐 투약한 것은 상습”이라며 이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밀반입의 경우도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인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약사범의 경우 실형 선고비율이 높은 편이다. 검찰의 2018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 1심 재판 결과는 실형(52.4%), 집행유예(40.0%), 벌금(4.0%) 순이다. 마약사범의 경우 재범률(36.6%)이 높은 탓도 있지만, 범죄 내용이 중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인의 경우는 초범이라도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반인 A씨는 지난 2017년 해외에 사는 지인과 공모해 국제 우편을 통해 대마 10g 가량을 밀반입했다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초범이고 입수된 대마가 소량인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조민근 안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일반인 재범의 위험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마약 재판에서는 재벌이라는 집안 배경이 재판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가 재벌이라는 점을 고려하지는 않았겠지만, 선고 결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단순히 재벌이라서 집행유예가 나왔다기보다는, 재범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와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충실하게 밝혔을 것”이라고 했다. 

서초동의 한 형사사건 변호사도 "재벌들의 경우 몸값이 높은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 과정 이전부터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들에게 코치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심 첫 공판 출석한 CJ그룹 회장 장남 이선호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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