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음원사재기, 그알 방송 후 봇물터진 논란들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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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20-01-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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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요계를 떠들썩하게 한 '음원사재기' 논란이 2020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해 박경의 SNS 저격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음원사재기 논란은 지금도 꺼지지 않는 불길로 계속 되고 있다. ‘사재기 의혹’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른 아이돌 팬덤 '음원 총공팀'도 문제다. 그들은 과연 음원 차트 교란의 주범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사재기'와는 무엇이 다를까? 음원사재기, 음원 총공팀 등 음원순위 조작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이 지난해 11월 실명을 거론하며 촉발한 가요계의 음원 사재기 논란이 해가 바뀌어도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음원 사재기를 실행한 경험이 있다는 제보자를 공개하자 바이브, 닐로의 소속사가 결백하다며 반박했고, 이어 8일 창당을 준비 중인 정민당이 가수 송하예의 음원 사재기 시도를 적발했다며 사진 자료를 공개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음원 사재기 논란의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그것이 알고싶다 '조작된 세계' 방송 여파 후폭풍 거세
앞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4일 방송한 ‘조작된 세계-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 편에서 가요계 음원 차트 조작 의혹을 파헤쳤다. 방송에 가수 박경이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가수들이 언급됐는데, 여기 바이브, 닐로, 장덕철 등이 포함됐다.

정민당 창단준비위원회는 지난 8일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하기미디어 홍보 대행사 앤스타컴퍼니 관계자가 음원사재기를 시도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지난해 5월 25일 앤스타컴퍼니 관계자가 컴퓨터 2대에 송하예 노래 '니 소식'을 연속으로 재생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근태 대변인은 "2019년 11월 블락비 박경이 몇몇 뮤지션의 실명을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하자 거론된 뮤지션은 박경을 고소했다. 하지만 거론된 뮤지션 가운데 송하예 음원 사재기 정황이 발견된 상태"라며 "지금 검찰과 경찰이 수사해야 할 건 박경이 아니라 바로 송하예 소속사 더하기미디어와 홍보 대행사 앤스타컴퍼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음원 사재기를 시도한 앤스타컴퍼니 관계자의 전자우편 주소는 한 인터넷 언론사의 홍보 기사와 광고 기사를 써온 기자 2명의 전자우편과 일치하기도 했다"며 "여론 조작과 왜곡은 신뢰 사회를 발목 잡고 공정을 해치는 해악"이라고 덧붙였다.

정민당은 송하예 소속사 더하기미디어와 홍보 대행사 앤스타컴퍼니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할 방침이다. 송하예의 곡 '니 소식'은 이 영상이 촬영된 뒤 각종 음원 차트에서 순식간에 상위권에 올랐다.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음원 사재기 의혹 편 방송이 화제인 가운데, 많은 가수들이 음원 사재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소속사 측은 오해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이유는 한 가수가 “왜 사재기를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을 캡처해 자신의 SNS에 공개하며 “그래도 하지 맙시다 제발”이라고 말했다. 김진호는 “연예계 관계자들 중 ‘그알’을 보며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수많은 지망생들과 동료들이 그들의 욕심에 희석된다”라며 음원 사재기를 주도해 온 연예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준일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해 소신을 드러냈다. 정준일의 소속사 엠와이뮤직 윤동환 대표는 ‘그알’에 출연해 “(새 음원이 차트에 진입하지 못할 경우) 제작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능해서 이 앨범을 사람들한테 알리지 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공정하게 판단이 되는 거면 겸허하게 받아들일 텐데 그 부분이 어떻게 보면 억울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에 정준일은 “모든 문제와 불행한 결과가 나로부터 온다는 게 힘든 거지, 단 한 순간도 차트 같은 것에 오르지 못해 슬픈 적은 없었다”며 “하던 대로 하자. 많지 않지만 좋은 사람들만 보고 내 음악이 필요한 사람들만 보고 그렇게 하자”고 소속사 대표를 위로하기도 했다.

바이브·송하예 '법적대응도 불사, 억울하다'
반면, 음원 사재기 의혹에 휩싸인 가수 측 소속사들은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5일 바이브, 벤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음원 사재기의 실체를 부정하지 않으며, 그러한 음원 사재기가 뿌리 뽑혀야 한다는 인식에 크게 공감한다”며 ‘그알’ 취재 요청에 따라 6시간 30분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에 대한 각종 의혹을 해명한 내용이나 방송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전면으로 뒤집을 수 있는 자료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며 “해당 방송은 마치 저희가 진행했던 마케팅이 음원 사재기 의혹을 피하기 위한 겉치레일 뿐이며, 실제로는 사재기 업자를 통해 음원 사재기를 진행했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게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 후 페이스북 마케팅을 진행했던 발라드 가수 전체가 사재기 가수인 것으로 오인돼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의 악플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런 가수들의 모든 노력이 무시당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음원 사재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모도 적발하긴 어려워도 불법을 저지른 이들을 가려내기 위해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제보를 받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수사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수사에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 해결책의 하나로 거론되는 음원 플랫폼의 실시간 차트 폐지론은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공감대를 얻고 있다.

국내 음원 플랫폼이 전시하는 ‘음원 차트’는 마트의 매대와 같다. 소비자들의 손이 닿기 쉽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된 상품이 더 많은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 대다수의 음원 플랫폼은 PC와 모바일의 메인 화면에 ‘실시간 차트’를 노출해 사용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정민당, 송하예 곡 연속 재생하는 사진 공개[사진=정민당 제공]


실시간 음원차트 폐지, '폐지가 정답인가?'
국내 최대 점유율의 음원 사이트 멜론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음원 차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의 이용량을 통해 음악 트렌드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5분 단위로 시시각각 바뀌며 그래프까지 보여주는 음원 순위는 각양각색의 부작용을 낳았다. 소위 ‘업자’들은 사재기를 하고, 팬덤은 ‘스밍 총공’(스트리밍 총공세)를 하는 것이다. 공기계 수백 대로 스트리밍을 해서 차트를 조작하거나, 팬들의 ‘밤샘 열정’으로 스트리밍을 돌려 순위를 올리는 방법도 확인되고 있다.

차트가 성공의 척도가 되다 보니 가요기획사 관계자들도 차트에 집착하게 된다. 심지어 음원 차트 ‘트렌드’라는 것도 생겨났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노래가 너무 길면 안 된다, 술이나 이별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 제목이 눈에 들어와야 하고 어려운 말을 쓰면 안된다’는 요건이 차트 트렌드로 자리잡아 앨범 제작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기획사 사이에서도 차트에 대한 신뢰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장르상의 이유로 차트인이 되지 않는 곡들 중 숨은 명곡이 많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곡이 양질의 콘텐츠라고 말할 수도 없다”며 “차트에 오르면 기분은 좋지만, 절대적인 척도로 삼진 않는다. 1위를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도전이나 의미있는 시도를 하는 것이 더 건강한 방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의 핵심은 결국 수익성에 있다. 음원 유통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게 차트 순위에서 크게 영향받기 때문이다.

최초 음원이 공개된 후 소비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요즘 가수들은 대개 정해진 시간에 음원부터 공개한다. 그러면 곧바로 음원 사이트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트리밍이 많으면 순위가 급상승하고 그렇지 않으면 발표됐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사라진다. 이 모든 건 음원 공개 후 불과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다.

바이브의 소속사인 메이저나인엔터테인먼트가 밝힌 수익구조에 따르면, 신곡 하나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은 평균 2000만 원이다. 작사·작곡료 등 제작비까지 더하면 디지털 싱글은 약 6000만∼8000만 원, 2∼3곡이 들어가는 미니 앨범은 약 1억∼1억5000만 원, 정규 앨범은 2억∼3억 원이 투입된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제작비는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음원 수익이다.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인 가온차트 기준으로, 월간 1위 곡에 돌아가는 정산금은 약 2억∼2억5000만 원이다. 월간 ‘톱10’에 들면 1억∼1억3000만 원, ‘톱100’은 2000만 원 내외다. 즉, 싱글을 발표해서 차트 100위 안에 들면 마케팅 비용 정도를 건질 수 있는 셈이다.

그나마 이 모든 과정은 아이돌 그룹이나 일부 톱가수에 국한한다. ‘7080’ 등 중견, 록이나 트로트 등 다른 장르, 인디밴드 등은 신곡을 내놔도 소개할 기회조차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 음원 사재기를 근절하자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제기됐다. 가수들은 자체 정화 운동을 부르짖었고, 멜론·지니뮤직 등 주요 음원 사이트는 부정이 통하지 않는 감시 기능의 강화를 외쳤다. 관련 정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지난해 8월 음원 사재기 신고 센터를 열고 보다 적극적인 개선을 다짐했다.

이에 앞서 음원 사이트들은 인위적인 순위 개입을 막기 위해 차트 추천곡을 폐지(2015년 11월)하고, 차트 반영 시간 기준을 변경(2017년 2월)하며, 심야 시간대 차트 어뷰징(남용)을 방지(2018년 7월)했다.

그러나 가요계 관계자들은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음원 사이트 순위가 수익의 중요한 토대가 되는 현재의 구조 아래서는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순위에 목매게 하는 시스템에서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은 피할 수 없는 최소한의 수단이므로 “바이럴과 음원 사재기는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음원 사이트는 여전히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멜론은 “음원 차트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로 인해 차트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모니터링과 대응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차트의 순기능을 지킬 수 있도록 차트 정책과 모니터링 로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할 뿐 실시간 차트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지니뮤직도 마찬가지다. “자체적으로 기술과 보안을 강화해 매크로 사재기에 대응하고 있고, 문체부의 처리 절차나 콘진원의 자료 요청에 협조하고 있다”지만 실시간 차트 운영에 대해서는 “순기능을 강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반응이다.

차트 서비스를 배제할 때 닥칠 이용자들의 불만과 산업의 축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음원 사이트인 플로의 사례는 플랫폼 업체들이 고려해봐야 할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 플로는 실시간 차트 없이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요계 전문가들이 음원 사재기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하는 게 ‘실시간 차트’의 개선이다. 바이럴과 음원 사재기의 경계, 차트 순위와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는 어렵지만 실시간 차트가 수익에 악용되지 않도록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20년에는 이 해묵은 논쟁이 해결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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