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내 장사’에 피·땀·눈물 흘려본 인재를 영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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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0-01-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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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인재영입 유감…서민경제-실물경제 유경험자 찾아야

[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은 시대를 읽는 '지금', 현장을 찾는 '여기', 사람을 만나는 '당신'이 글과 말, 영상과 이미지로 씨줄날줄, 가로세로 얽히고설키는 융복합 칼럼입니다.


4월 15일 국회의원 300명(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뽑는 21대 총선이 채 90일도 안 남았다. 여의도 정치권은 이번 총선에서 한 표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인물, 사람들을 찾고 있다. 인재(人才) 영입 총력전인데, 이는 3월 26~27일 후보자 등록 기간 직전까지 계속될 모양새다.

지금까지 여야의 인재 영입은 청년, 여성, 셀럽(방송, SNS에서 인지도 높은 유명인), 감동 스토리 등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민주당은 지난 연말 ‘여성+장애인+40대’ 최혜영 강동대 교수(40)를 1호 영입인사로 발표했다. 이후 어머니에게 각막을 이식한 ‘눈떠요’ 원종건씨(26),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58)에 이어 ‘전관예우’를 거부한 검사장 출신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62)를 영입했다. 연달아 ‘청년소방관’ 오영환씨(31), 경단녀에서 변호사, CEO로 변신한 홍정민 로스토리 대표(42),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55), 이소영 환경전문 변호사(34)를 영입했다. 16일 총선 인재영입 9호로 발표한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인 최지은 박사(40)까지, 민주당은 숨가쁘게 내달리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직접 챙기고 있는 한국당의 인재영입은 좀 더 일찍 시작됐는데, 민주당의 키워드에 ‘반문’(反문재인)이 필요충분조건으로 붙는다. 지난해 10월 첫 영입 발표에 포함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60),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59)는 공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에 활발히 참여했고, 문재인 정권에는 날카롭게 각을 세운 인물이다.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50) 역시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당은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민주당과 청년, 여성, 스토리를 놓고 경쟁을 시작했다. 새해 들어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28)와 꽃제비(부모가 죽거나 부모에게 내버려진 북한 고아) 출신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나우’ 대표(37), 탐험가이자 사진작가인 남영호씨(43), 산업재해 공익신고자 이종헌씨(47)를 연달아 새 얼굴로 내세웠다.

정의당은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입당 이후 아직 인재영입 소식이 없다. 보수통합과 각자도생에 제각각 바쁜 중도보수정당, 호남지역그룹은 아직 새 얼굴 찾기에 나설 겨를이 없거나 의지가 없어 보인다. 또 영입하려고 해도 대상자들이 고사(固辭 )를 넘어 완강히 거부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여하튼 여야는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여성을 우대하며, 뭔가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젊은, 얼굴이 알려진 사람을 계속할 영입할 듯하다.

하지만 허울 좋은 보여주기, 일회용 쇼라는 비판이 꽤 많다. 진정성이 안 보이니 감동이 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현재까지 인재 영입을 보며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은 '과연 이 당들이 서민경제를 걱정하고 있는가'이다. 도대체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홀쭉해진 지갑과 '텅장'을 나아지게 할 인재를 영입할 생각이 있느냐는 말이다. 여야 모두 이번 총선에서 승패를 좌우할, 표심을 가를 가장 큰 주제는 바로 경제다. 특히 샐러리맨,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알바생 등의 살림살이가 걸린 서민경제다. 그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토를 달 수 없을 거다.

그렇다면 여야는 ‘서민경제 유경험자’를 영입 인재의 중요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동네식당이든 치킨집, 편의점이든 자기 장사를 하며 높은 임대료, 치솟는 인건비,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등을 당해본 이들 중에서 ‘보석’을 찾아보란 말이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하루아침에 실직,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지역고용센터에서 각종 서류를 써보고 ‘실업인정 교육’을 받아본 소상공인도 있을 터.

자동차 혹은 전자제품 부품 공장을 운영하며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에 속수무책 당해봤거나, 굴뚝산업에서 IT기업으로 변신하려다 패배의 쓴맛을 본 사장님도 멋진 새 얼굴 후보가 될 수 있다.

‘서민경제 스토리’가 있는 청년도 곳곳에 많다. 월 30만원 공유오피스 구석방, 사업자등록증을 품에 안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꿈꾸다 결국은 ‘말아 먹은’ 사람, 낙후된 도심 외진 곳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가게를 열어 승승장구하다 건물주에게 쫓겨난 적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희생자도 적지 않다. 전통시장 ‘청년몰’ 입주자 공모에 뽑혀 1년간 진짜 ‘시장의 경제’를 뼈저리게 실감한 실패한 청년장사꾼도.

농축수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해마다 벼 수매가(2019년 기준 6만5750원)에 울고 웃어본 적이 있는 농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동물 전염병에 생계를 걱정해본 축산인도 서민경제 경력을 가진 영입 대상으로 충분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지없이 청와대와 행정부 고위관료,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출신 새내기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만약 이들 중 ‘자기 장사’, ‘내 사업’을 해본 사람이 있다면 그를 열렬히 응원하겠다. 지역구 후보 중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피와 땀, 눈물을 흘려본 경험이 없는 후보라면 일단 후순위로 내리겠다. 지역구가 마땅치 않다면 정당 비례대표 투표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1~10순위에 ‘서민경제 유경험자’를 더 많이 배치한 당에 표를 던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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