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응급환자 받고 싶어도 받질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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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0-01-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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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석 욕설 파문 후 새삼 주목 받는 권역외상센터 현장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전경.[사진=김태림 기자]


“의료진이 전날 당직을 서고 바로 근무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위급 환자가 몰려드는 상황에서 쉴 수가 없어요. 그래도 이 부분은 낫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제가 일해도 수용할 병상이 부족해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15일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현장에서 만난 의료진은 이 같은 한탄 섞인 말을 내뱉었다. 교통사고로 골반이 틀어지고 다리가 부러진 환자를 돌본 의료진은 곧장 환자 보호자들을 찾아가 경과를 설명한다. 이후엔 쉴 틈도 없이 간호사와 인턴에게 다른 환자에 대한 보고를 전해 듣고 업무를 지시한다. 인턴과 간호사는 전공의 여럿이 해야 할 일을 신속한 속도로 처리해 나간다. 기자가 현장을 찾아가 엿본 권역외상센터의 모습이다.

앞서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을 퍼붓는 음성파일이 지난 13일 일부 보도로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외상센터의 인력충원과 병상, 예산 문제 등이 갈등의 핵심이다.

특히 부족한 병상은 현장에서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현재 아주대병원에는 소아과와 격리병실 등을 제외하면 총 755개의 병상이 있다. 권역외상센터는 총 100개의 병상이 따로 있는데, 환자수가 이를 넘어서면 병원 본원의 일반병실이 필요하다. 아주대의료원 등에 따르면 외상센터는 지난해 60회 이상의 바이패스(환자를 수용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우회)가 이뤄졌다. 이중 9월 이후 발생한 것이 40건 이상이다.

외상센터 관계자는 “수원, 용인, 화성 지역만이 아니라 서울 대형병원, 지방 중소병원에서도 (우리) 센터로 환자를 보내면서 환자가 여기저기서 밀려오고 있다"며 “병원은 본관에 병상이 있는데도 주지 않아 (외상센터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오래전부터 응급환자 한 명을 받을 때마다 케이스바이케이스로 본원 측에 일반병실을 달라고 사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대병원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 간 병동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면서 100개 병상을 사용할 수 없어 외상센터에 병상을 제공하기가 어려웠다”며 “이후부터는 외상센터가 요청하면 받아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력충원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아주대병원 한 관계자는 “주말에 전문의 두 명이 당직을 선다면 한 명이 헬기를 탔을 경우 나머지 한 명이 센터 전체를 커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절대적으로 의료 인력이 부족하지만 요즘 외과 의료 인력 비용이 높고, 지원자가 적어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간호 인력충원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참고인으로 참석한 이국종 교수는 간호사 충원 문제와 관련해 “67명을 증원해야 하는 상황인데 실제 병원은 37명만을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30명을 뽑을 예산을 기존 간호사 월급을 주는 데 돌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주대병원 측은 “이미 2017년 말 간호인력 기준 이상인 90여명을 채용했으며, 이중 30명 정도는 별도의 예산 지원 없이 병원 측이 자비로 운영한 상황이었다. 2018년 인건비 지원 예산이 확대되면서 60여명에 대한 추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중환자실 간호사 37명을 신규 채용하고 나머지는 기존에 병원이 부담하던 30명의 인건비를 국비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사진=김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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