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후계자 경영 시험대] 세대교체로 혁신 이끈다···경영 바통 넘겨받는 2·3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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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송종호·서민지·현상철 기자
입력 2020-01-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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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 '절치부심' 구체적인 성과에 주력

  •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올해 사상 최대 매출에 도전장

  • 윤근창 흴라코리아 대표, '윤근창표' 경영효율화 방점에 주목

  • 박이라 세정 사장, 발로 뛰는 현장 경영·복합생활 쇼핑공간 ‘동춘175’ 과제

  • 윤성 윤선생 전무, '윤선생 정글비트' 베트남 등 해외 사업 가속화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 부사장,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윤근창 휠라코리아 대표, 윤성 윤선생 전무, 박이라 세정 사장 [사진=각 사 제공]

기업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창업주인 1세대가 퇴장하고, 2·3세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30~40대 젊은 임원들이다.

회사를 일군 1세대 기업가는 불굴의 의지로 난관을 극복하는 ‘개척정신’으로 대표된다.

그에 비해 해외 유학 등 좋은 환경에서 자란 2·3세들은 회사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지만 , 앞선 세대와 다른 경영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2020 유망주, 셀트리온·콜마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 부사장은 올해 ‘제품개발부문장’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한다.

서진석 수석 부사장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장남이다. 2017년 9월 문광영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가 물러나면서, 첫 경영시험대에 올랐다. 1984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셀트리온 그룹 내에서 고위직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그가 대표를 맡은 이후에도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적자를 이어갔다. 2018년 영업손실 172억원을 기록했다. 적자폭이 전년 절반 수준으로 줄긴 했지만, 서 수석부사장의 역량을 보여줬다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결국 서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를 사임하고, 지난해 4월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으로 복귀했다.

서 수석부회장은 고민이 깊다. 이번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동생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에게 이사회 의장 자리를 넘기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그는 서울대 동물자원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했다. 2014년 셀트리온 생명공학연구소에 입사해 본부장까지 맡았다. 전공을 최대한 살려 제품개발에서 절치부심한다는 각오다.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은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장남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 대신 사령탑에 올랐다. 한국콜마는 올해 사상 최대 매출에 도전한다.

지난해 한국콜마는 화장품 부문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매출 기여도 상위 업체 물량 감소, 일본 극우 성향 동영상 논란 등으로 내수 실적이 부진했다. 중국에서도 무석 공장 완공에 따른 매출 성장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지난해 8월 갑작스레 퇴진한 윤 회장은 넉 달 만에 윤 부회장으로 승계 구도를 마무리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달 총괄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31.43%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윤 부회장이 ‘흙수저 신화’, ‘K뷰티의 숨은 주역’ 등 아버지의 화려한 타이틀을 뛰어넘어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휠라·세정·이노브릿지, 父 사업파트너로 고속 성장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장남인 윤근창 휠라코리아 대표는 ‘한물간 브랜드’로 불리던 회사를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다. 그는 2018년 3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아버지인 윤 회장이 건재해 아직은 한 발짝 물러나 있지만, 실질적 전략 수립과 실행은 윤근창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윤 대표는 2007년 휠라USA에 입사해 브랜드와 유통채널을 재정비했다. 2015년 휠라USA 매출은 휠라코리아 인수 당시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공학도 출신인 윤 대표의 ‘효율 경영’이 빛을 발했다. 윤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로체스터대 MBA를 수료, 삼성테크윈에서도 근무했다.

2015년 윤 회장이 윤 대표를 한국으로 소환했다. 국내 사업도 살려보라는 뜻에서였다.

아내와 자녀들을 미국 땅에 두고 홀로 돌아온 윤 대표는 이번에도 아버지가 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매출을 두 배 늘리겠다”고 한 지 2년 만인 2017년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는 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는 ‘물적 분할’ 카드를 빼 들었는데, ‘윤근창표’ 경영효율화 방침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박순호 세정 대표이사 회장의 딸 박이라 세정 사장은 삼녀 중 막내이자 든든한 사업 동료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트렌디한 감각으로 성장 정체에 빠진 세정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평을 얻는다. 박이라 사장의 발로 뛰는 현장 경영은 아버지인 박순호 회장을 쏙 빼닮았다. 박 회장은 73세의 나이에도 공장을 직접 찾아다닌다. 원단을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세정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윤선생’ 윤균 회장의 장남 윤성 전무이사는 아버지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교육 외길을 걸어온 윤균 회장은 틈틈이 아들을 경영 일선에 참여시키며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윤 전무는 미국 유학 시절부터 아버지 사업을 돕고 지근에서 일을 배워 아버지의 복심(腹心)이로 불린다.

윤 전무는 '윤선생 스마트랜드'와 '윤선생 정글비트', '윤선생영어랑' 등 영·유아브랜드를 중심으로 윤선생의 유아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다.

최근 윤 전무는 '윤선생 정글비트'의 베트남 진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지 국적 항공사 베트남 에어라인 기내에서 정글비트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영어교재를 포함한 정글비트 키트의 면세점 입점은 그의 해외사업 첫 성과물이다. 특히 베트남 대형서점과 마트 등 20만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윤선생 정글비트가 올해 안에 유통될 예정이다.

이와 연계된 캐릭터 라이센싱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윤 전무는 세계적인 인기 애니메이션 정글비트의 국내 배급권을 확보하고 지상파, IPTV 등 방송사와 협력해 봉제제품, 생활용품, 공연 등 다양한 사업군으로 라이선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데뷔에 어깨가 무거운 3세도 있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아들 전병우씨는 지난해 9월경 해외사업본부 소속 부장으로 첫 출근을 시작했다. 전병우 삼양식품 해외사업 부장은 1994년생으로 올해 27세다. CJ그룹과 농심 등 현재 식품업계 통틀어 오너 일가 최연소 부장이다.

전 부장은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외부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쌓고 입사할 예정이었다. 아버지인 전인장 회장이 지난해 1월 구속되면서 ‘오너 부재’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앞당겨졌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대박으로 33년 만에 신공장을 짓고 있다. 전체 해외 매출의 80%는 불닭 브랜드에서 나온다. 앞으로 해외사업부 역할이 더 막중하다.

경쟁사인 농심의 3세 신상렬씨가 지난해 3월 평사원으로 입사한 것도 전 부장에게는 부담이다. 전 부장과 신씨는 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1세대 기업인과 달리 2~3세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만, 위기극복과 끈기는 윗세대를 본받아야 한다”라며 “임직원과 소통하고, 회사 전문성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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