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군 실세' 제거 후폭풍 일파만파...중동 정세 '미지의 영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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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1-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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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가장 강력한 응징' 예고

  • 트럼프 '오락가락' 중동정책 논란

  • '충돌 막아야'...다급한 국제사회

미국이 이란 군부 최고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를 공습해 사살한 뒤 이란이 '최고 수준의 응징'을 예고하면서 국내외 정세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정면 대결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앞으로 어떤 돌발 상황이 전개될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 정세가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공습이 추가 전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줄기차게 주장해온 '신(新) 고립주의' 기조와 정면 배치되는 이번 결정을 두고 벌써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란, "가장 강력한 응징' 예고

이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 폭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후 악화일로를 걷던 미국과 이란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지금까지 양국은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자제해 왔지만 이란에서 권력 2인자로 통하는 솔레이마니가 숨지면서 '보복의 악순환'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을 향해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은 솔레이마니를 '순교자'로 칭하면서 그의 살해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범죄자들은 적시, 적소에서 가장 강력한 응징을 맛보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어떤 식으로 보복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AFP는 이란이 예맨 후티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동맹 세력을 동원해 중동에 새로운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1차 타깃으로 거론되는 걸프만 친미 국가들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란이 국제적인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은 미국과 긴장이 고조됐을 때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미국과 우방의 상선을 억류·공격한 선례가 있다.

사이버 공격도 보복 카드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서구의 주요 사이버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 능력을 키워왔다고 보고 있다. CNN은 이란이 인프라를 겨냥하는 전통적 사이버 공격 대신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뉴스 선전전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몇 년 새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이란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천 개의 계정이 발견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이라크 전문가로 활약했던 민주당 소속 앤디 킴 하원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오바마 행정부에서 솔레이마니를 살해하지 않은 것은 긴장 고조와 이란의 보복 등 강한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면서 "향후 예측 불가능성이 무척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오락가락' 중동정책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해외 주둔 미군 축소를 주장했다.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세계의 경찰'로서 전통적인 미국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오락가락 행보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 사살은 미국인에 대한 임박한 위협 때문이었다고 밝히면서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변호했다.

그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젯밤 내 지시에 따라 미군은 전 세계의 '넘버 원 테러리스트'를 죽이기 위해 흠잡을 데 없이 정확한 공습을 실행했다"며 "우리는 어젯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이 미국에 대한 위험을 더 키우고 있으며 일관적인 외교 전략의 부재가 다시 노출됐다고 비판했다. CNN은 "중동 개입을 비난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서 결과를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분쟁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의 보복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중동에 병력을 약 3500명 가량 증파한다는 게획이다.  

의회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방이 치열했다. 여당인 공화당은 테러 주모자 솔레이마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고 지지했지만, 민주당은 이번 일이 군사적 대결을 촉발해 끝없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속되는 탄핵 정국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도에서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적성국 이란의 군부 실세 공격은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보수 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솔레이마니 제거를 축하한다"며 지지를 표했다.

◆'충돌 막아야'...다급한 국제사회

세계 화약고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국제사회도 다급해졌다. 각국은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잇달아 성명을 내고 세계는 걸프 지역에서 또 다른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며 "지금은 지도자들이 최고의 자제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이란이 공습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면서도 긴장이 더 높아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사우디와 이집트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미국의 단호하고 강력하고 신속한 행동"에 대해 일방적 지지를 재확인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행동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의 행보는 중동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도 미국을 겨냥해 "국제관계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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