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연공서열 타파 위해 직무급제 실험 시작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동 기자
입력 2020-01-02 18: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기본급의 2~3% 직무 따라 차등지급···금융권 최초 도입

교보생명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직무급제'를 금융권 최초로 도입했다. 연공서열에 묶이지 않는 새로운 급여제도를 통해 직원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이다.

2일 교보생명은 직무급제를 올해부터 일반직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단체협약을 통해 임원·조직(부서)장에는 한 발 앞서 직무급제를 시행한 바 있으며 올해는 모든 임직원에게 확대 시행하는 것이다.

직무급제는 업무 성격과 난이도,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제도다. 기존 호봉제는 매년 일정 퍼센트(%) 기본금 인상이 자연스레 따라왔으나 직무급제는 직무 단계가 높아져야 임금이 올라간다.

직무급제는 최근 '동일 노동·동일 임금'이라는 원칙하에 공공기관 급여 체계로 논의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와 함께 공공기관 급여 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8년 말 용역 근로자 등 비정규직 307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직무급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공공기관 다음으로 대기업 중에서는 교보생명이 전격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한 셈이다.

직무급제는 정부의 공약 사항임에도 사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저항이 컸다. 국내에서 연공서열에 기반한 호봉제가 오랜 기간 시행돼 당연한 직장 내 문화로 정착된 탓이다. 동시에 직무급제가 시행되면 기존 정규직의 임금이 하향평준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반대의 원인이 됐다.

교보생명 역시 지난해 말 직무급제 도입에 대한 노조원 찬반 투표 결과 반대가 우세해 부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노위 조정 결과 가까스로 직무급제를 도입할 수 있었다.

다만 직무급의 편차가 큰 공공기관과 달리 교보생명의 직무급제는 기존 호봉제를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은 아니다. 교보생명은 현재 직원들의 기본급의 2~3% 수준을 떼어 직무급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입사 3년차 사원 A씨가 기본급으로 4000만원(성과급 제외)의 보수를 받았다면 이 중 60만원은 직무등급에 따라 지급되는 식이다. A씨가 사원급이 맡아야할 직무를 수행하면 그대로 60만원을, 대리급 직무를 수행하면 120만원을 받는 방식이다. 대리급 직무를 수행했다면 연봉도 4060만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높은 직급이지만 자신의 직급보다 낮은 직무를 수행한다면 직무급이 낮아지면서 연봉도 일정 부분 줄어든다.

쟁점 사항이 될 수 있는 직무의 가치는 회사의 전략이나 시장 환경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교보생명은 '직무등급협의회'를 구성해 직무의 신설·폐쇄·변동을 심의할 계획이다.

다만 교보생명은 자체 추산 결과 본인의 직급보다 높은 직급이 담당해야할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 많아 전체적으로 연봉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직무급제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며 "앞으로도 임직원의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교보생명]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