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조성욱 공정위원장 "신산업 역동성·소비자 후생 고려해 M&A 정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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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20-01-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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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랫폼 분야 법집행 기준 마련…공정경제 가치 확산 노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신산업 분야의 역동성과 소비자 후생을 모두 고려해 인수·합병(M&A)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포용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갑을 문제 개선과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등 공정경제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공정경제의 가치를 확산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또 "혁신적 경제 활동을 저해하는 반칙 행위에 대한 제재와 함께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 등 구조적 접근을 통해 혁신이 이뤄지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독과점 남용 행위를 시정하고 특허권을 이용한 불공정행위, 반도체 제조사의 경쟁 사업자 배제 행위 등 반경쟁적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산업 분야의 동태적 역동성을 고려하면서도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수·합병(M&A)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플랫폼 등 분야에 대한 법 집행 기준을 마련해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도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이하 신년사 전문

공정거래위원회 가족 여러분!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해보다 조금씩이라도 더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작년 9월 10일 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지난 넉 달 동안 각종 주요한 사건처리 뿐만 아니라 여러 현장방문과 인터뷰·강연 등을 통해 내·외부와 소통하고, 경쟁당국으로서 시장에 목소리를 내면서 바쁜 날들을 보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경쟁당국이자 공정경제 추진의 주무부처인 공정위의 막중한 역할을 절감했고,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수호하고자 힘든 소임을 묵묵히 수행하는 직원 여러분들의 많은 노고와 애로점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직원들의 헌신과 열정에 참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공정위 직원 여러분.

작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그간 우리 정부는 '잘 사는 시대'를 넘어 '함께 잘 사는 시대'를 위해 혁신적 포용국가를 추구해 왔으며, '혁신'과 '포용'의 핵심 토대가 바로 공정경제입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공정위는 갑을 관계 개선, 재벌 개혁 등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점진적인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재작년부터 순차적으로 하도급, 가맹, 유통, 대리점 등 갑을 관계 분야의 종합 대책을 추진한 결과로 기업 간에 자율적 상생 문화가 확산되는 등 갑을 관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거래 관행이 공정하다고 체감하는 중소사업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집단도 순환출자 고리의 대부분을 해소했고, 스스로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와 거래 관행을 바꿔 나가고 있으며,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가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는 인식도 시장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보험, 제약 분야의 각종 독과점 남용행위와 기계·전자 업계의 기술유용행위 등에 대해 엄정 제재했고, 작년 12월 세기의 소송이라고 불리는 1조원대 퀄컴 소송에서 공정위가 고등법원에서 승소하였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습니다. 아울러 지난 11월 유료방송시장 재편과정에서 발생한 IPTV 사업자와 케이블 사업자간 기업결합 심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소비자 정책의 주무부처로서 소비자 권리 보장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직원 여러분 그간 정말 수고 많으셨고,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직원 여러분.

올해 경제 상황은 작년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향방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저성장 추세가 장기화되고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면서 성장 동력이 둔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제의 각 분야에 경쟁 원리를 확산하여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올해는 현 정부 4년차를 맞아 국민이 일상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구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올해 공정위의 정책 방향은 포용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기조 하에서 경쟁 촉진과 규제 개선을 통해 혁신 동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특히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 등 변화된 경제 환경에 따라 독과점 사업자들의 불공정 행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신산업 분야 등에서 혁신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큰 방향 하에서 올해는 다음 과제들에 중점을 두어 업무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 포용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갑을 문제 개선과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등 공정경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공정경제의 가치를 확산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민들이 공정경제의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며, 표준계약서 도입 업종을 대폭 확대하고 공정거래협약이 확산되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기업들의 자발적 상생 협력을 지속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상생 문화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맹희망자에게는 원스톱 창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여 을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도록 할 것입니다. 아울러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일감 몰아주기는 엄정 제재할 것이며, 지난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국세기본법에 따라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하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개선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둘째, 혁신적 경제 활동을 저해하는 반칙행위에 대한 제재와 함께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 등 구조적 접근을 통해 혁신이 이루어지는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겠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ICT 분야 독과점 남용 행위를 시정하고 특허권을 이용한 불공정 행위, 반도체 제조사의 경쟁 사업자 배제 행위 등 혁신을 저해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집중 감시할 것입니다. 학계 및 시장과 연계하여 디지털 경제와 신산업 등 경쟁법 이슈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를 진행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플랫폼 등 분야에 대한 법 집행 기준을 마련하여 기업들의 예측가능성도 제고할 계획입니다.

독과점적 시장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경쟁 제한적 규제를 발굴하여 개선하는 한편, 신산업 분야의 동태적 역동성을 고려하면서도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M&A 정책을 추진할 것이며 아울러 혁신을 저해하는 담합 등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려는 노력도 지속하겠습니다.

특히 개별 사건을 사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고착되어 경쟁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시장 분석을 검토하겠습니다.

규제로 인하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분야에서는 경쟁당국으로서 적극 목소리를 냄으로써 경쟁의 원칙이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고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유라시아, 아세안 등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신남·북방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국가의 경쟁법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이해를 증진시킴으로써 해외 진출시 발생할 수 있는 법 집행 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노력도 강화할 것입니다.

셋째, 선제적이며 적극적으로 소비자 지향적 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습니다. OTT, 플랫폼, SNS 등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 법위반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건강 및 환경과 관련한 광고와 약관 등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다단계, 상조 등 거래 취약 분야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명실상부한 소비자당국으로서, 소비자기본법 제정 40주년을 맞아 학술대회, 정책 아이디어 공모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사회 곳곳에 소비자중심적 가치가 뿌리내리도록 여러 활동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넷째, 국민들의 체감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법 집행과 제도 개선을 넘어 자율적인 공정거래 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 수립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와 기업이 공정한 시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 법규 준수 문화를 기업 전반에 뿌리내리고, 소비자와 투자자는 물론 협력업체와 경쟁업체 등 시장으로부터 인정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CP(자율준수프로그램), CCM(소비자중심경영) 제도 등을 활성화시켜 기업의 자율적 법규 준수와 소비자 중심 경영 문화를 조성하고, 자율적 분쟁 해결 문화도 확산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신속한 피해 구제, 실질적인 시장 질서 회복 등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크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동의 의결제도 적극 활용되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습니다.

사랑하는 공정위 직원 여러분.

'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분출되는 동시에 저성장과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 위원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기존의 시각에서 조금은 벗어나 열린 시각으로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고,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기를 당부드립니다.

시장과 소비자, 학계 등 다양한 정책 고객들과 양방향으로 소통하고 스스로 혁신하는 공정위가 되어야만 조직의 신뢰도는 높아지고, 우리 스스로도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 고서 '회남자(淮南子)'에서는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천하를 가질 수 있지만 자기에게만 의존하면 제 몸 하나 보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국민의 집단지성과 함께 할 때만이 우리 공정위가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공정위가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우뚝서고, 꾸준히 전진할 수 있도록 올 한해 우리 함께 힘차게 시작합시다.

다시 한 번,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모든 일들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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