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금융허브 정책의 재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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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원 기자
입력 2019-12-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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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 
 

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

장기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정권이 바뀌어도 그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필요한 장기정책도 정부가 바뀌면 더 이상 추진되지 않거나 유명무실화되는 경우를 본다.

상당한 국가적인 손실이 따르게 된다. 전 정부의 치적이 될 만한 일을 새로운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정부의 정책 중 폐기되거나 유명무실화된 의미 있는 장기 정책을 발굴해 재평가하고, 의미 있다고 판단되면 추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이나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은 우리나라에서 시작했다가 유명무실하게 됐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선 이제 추진하거나 국제기구에서 꾸준히 연구 발전시키고 있다. 올해 10월에 베트남의 호찌민시에서 열린 호찌민 시 경제포럼의 주제는 호찌민시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만드는 방안이었다.

약 15년 전에 우리가 추진했던 금융허브 정책을 베트남에서 이제 추진하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 필자도 연사로 초청받아 해외에서 온 다른 연사들과 베트남의 정부 인사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호찌민 시장을 비롯한 정부 고위층들이 포럼 진행 중 끝까지 참석해 메모를 하고 질문을 하는 모습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 정책에 반영하려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해외에서 온 연사들을 회의 참석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베트남이 현재는 금융발전 수준이 낮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

국제 금융 중심지 정책은 장기 정책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정책이다. 현재 국제 금융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이나 런던은 모두 시장 중심의 금융시스템 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베트남은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이지만, 국제 금융 중심지가 되기 위해선 시장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은행 중심 금융에서는 은행과 금융소비자의 관계가 중요하다.

금융소비자는 자금이 필요하면 은행의 심사를 받아 대출을 받고, 자금 여유가 있으면 은행에서 정한 조건의 예금을 한다. 즉, 금융소비자와 은행의 관계가 중요한 관계 금융이다. 금융소비자의 신용도가 좋지 않더라도 은행과의 관계가 좋으면 금융거래를 지속할 수 있다.

시장 중심 금융에서는 시장의 수많은 투자자가 투자 대상에 대해 감시를 하기 때문에 보다 투명하게 자금이 공급될 수 있다. 또한 투자자는 원본 보장이 안 되는 투자 대상에 대해 투자를 하기 때문에 자기 책임의 원칙이 분명하다.

이에 비해 은행의 예금상품은 일반적으로 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은행에서 판매되는 금융상품에 대해 자기 책임의 원칙이 적용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최근의 파생결합증권(DLS) 상품 판매 같은 경우다.

기술개발을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시장 중심의 금융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자금 지원은 은행보다는 시장을 통한 지원이 적합하다. 새로운 기술을 통한 사업은 위험도 크기 때문에 자기 책임의 원칙이 분명한 투자자의 자금이 지원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은행과 자본시장의 역할이 달라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하지만, 세계의 국제금융 센터인 뉴욕과 런던이 모두 시장 중심의 금융시스템인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시장 중심의 금융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록 오래전에 시도 되다가 현재는 유명무실하게 됐지만, 금융허브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여전히 경제발전과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바람직한 정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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