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사 표기 삭제(상)] “중국 기술 유출 막자”...미래 화장품산업 육성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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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12-1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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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희 민주당 의원 ‘화장품법 개정안’ 대표발의

  • 업계 “중소 브랜드 죽고, 대형 ODM만 살아남아”

#A뷰티기업은 수년간 연구·개발을 거친 제품이 해외 거래처에서 인정받자 중국에 수출하기로 마음먹었다.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중국 위생허가 절차도 진행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이미 중국시장에는 동일한 콘셉트의 유사제품이 유통 중이란 비보였다. 말로만 듣던 소위 ‘미투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졌다. 

#중국 수출 절차를 밟고 있던 B뷰티기업은 별안간 중국 바이어로부터 제품공급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았다. 원가 정보는 기업 영업비밀에 해당하는데, 그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당당하게 제시했다. 황당한 요구의 뒷배경에는 ‘제조업자’가 있었다. 이들에게 납품원가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마스크팩이 주력인 C뷰티기업은 유럽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프랑스 등 국가에서 수출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매입한다는 현지 유통사가 모두 끊겼다. 현지 조사를 해보니 프랑스 유명 브랜드 마스크팩 상품의 제조원이 대부분 한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글로벌 브랜드와 유통사의 자체브랜드(PB)가 한국 제조사를 직접 섭외하거나 제품을 카피한 것. 이대로 가다간 한국 브랜드 진출 길은 막히고 대형 제조사가 독식하는 상황이 오리란 우려가 앞섰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앞으로 이런 폐해를 없애기 위해 화장품 포장지에서 제조사 표기가 사라질 전망이다. 현행법에선 화장품 포장지에 책임판매업자(화장품 브랜드)와 제조업자(ODM·제조자개발생산)를 모두 기재해야 하지면, 앞으로는 책임판매업자만 표기하고 논란이었던 제조원 표기는 삭제한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관계부처는 최근 규제 혁신 차원에서 제조원 표기 의무를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래 화장품 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K-뷰티 육성방안을 뒷받침하는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이날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은 해당 정책을 통해 그동안 많은 이득을 봤겠지만 중소 책임판매업자들은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동안 대형 ODM업체들이 중국 기업과 손잡지 않았다면 이런 정책을 펼 이유가 없다. ‘책임판매업자’보다 ‘제조업자’가 더 부각돼 최근 문제를 일으킨 한국콜마와 같은 대형 제조업자에게 주문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원 표기는 우리 정보를 외국에 알려주고 있는 꼴”이라면서 “단지 외국 수준의 정보만 공개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선 화장품 포장지에 제조사를 일련번호로 표기하거나 제조국가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만 제조원 비밀을 노출하다 보니 중국 등에서 판매업자를 건너뛰고 직접 제조사와 계약해 복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 통계청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조직·기업형태별 매출액’에 따르면 중소기업 화장품 매출액은 2016년 13조3877억원에서 2017년 10조1275억원으로 약 24.2% 감소했다. 이 가운데 수출 매출액이 2016년 2조432억원에서 2017년 1조7277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대기업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이 화장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소비자들의 반발도 심한 데다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 법안은 국회가 공전한 탓에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다. 김 의원실은 정부가 육성방안을 발표한 만큼 내년 2월 임시국회와 총선 후인 5월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식약처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데다가 야당에서 특별히 반대할 명분이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면서 “대형 제조업자들도 아쉬움은 있겠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는 선택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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