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민식이법’, 과실 없어도 사고나면 무조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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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기자
입력 2019-12-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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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한속도 지켰으면 처벌안받아... 휴대폰 통화 등 다른 과실 명백할 땐 제외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운전자에게 강한 안전운전의무를 규정한 ‘민식이법’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처벌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과 함께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에도 운전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변호사 등 관련 전문가들은 ‘처벌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처벌지상주의라는 지적과 함께 형사법의 양형체계를 흔들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운전자가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처벌을 받는다’는 우려는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일부에서 떠도는 이야기는 해당 법률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결과라는 것이다.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것과 형사책임을 지는 것은 다른데 이를 혼용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식이법’이란 교통사고 사망·상해를 업무상 과실치사로 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제5조의13 신설법안을 말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안전보호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를 내면 3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 상해에 이르게 하면 1년~10년의 징역이나 500만원~3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 안전보호 의무’는 도로교통법에 규정돼 있다. 도로교통법 제12조 3항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시속 30km 이하로 운행해야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결국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전의무를 위반’한 경우는 시속 30km이상으로 운전한 경우를 말한다. 전방주시 등 도로 주변을 잘 살펴야 할 의무도 포함된다. 이를 강제하기 위해 정부는 앞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등이나 CCTV, 속도측정기를 설치해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시속 30km이하로 운행하다 사고가 난 경우에도 처벌을 받는지 여부다.

일부 언론에서 ‘시속 30km이하로 운전하다 사고가 나도 다른 안전운전 의무 위반이 적용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대다수다.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로 알려진 한문철 변호사(58·사법연수원 17기)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안전운전 의무를 잘 지켰다면 처벌받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안전운전 의무를 지켰는데 불가항력으로 사고가 난 경우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 

한 변호사는 오히려 “시속 30km를 넘지 않았더라도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휴대전화 통화를 한다거나 전방주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인 허윤 변호사(46·변시1기)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시속 30km 이하로 운전했고 다른 과실이 없다면 처벌받지 않는다”면서 “과실이 없는데도 처벌을 하는 법률이 있다면 우리 형사법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라고 말했다.

근대 형법은 원칙적으로 고의범만 처벌하고, 예외적으로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무과실 사고까지 책임을 묻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민식이법 역시 주의의무를 강하게 부과해 과실의 범위를 넓힌 법률로 봐야지 무과실까지 처벌하는 법률로 봐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일선 변호사들도 마찬가지 견해다. 대형로펌 소속 현직변호사(연수원 30기)는 “처벌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점은 분명히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면서도 “제한속도 등 안전의무를 충분히 지켰다면 처벌받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과실비율 100:0은 없다’며 마치 제한속도를 지켰어도 특정할 수 없는 다른 과실의 존재를 문제삼아 처벌할 수 있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라면서 “보험처리에서는 그런 논리가 나올지 몰라도 형사법에서는 그런 식의 논리는 나올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형사법의 경우, 명확성의 원칙이 있고 법문의 문언상 의미대로 해석해야 하는데 일부 언론의 보도는 문언상의 해석을 넘어선 확대해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처벌수준이 과도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의 우려가 많았다. 음주운전 사고의 처벌수준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의 처벌수준이 같아졌는데, 음주운전에서의 ‘과실’과 특정지역 내 사고를 동일한 가치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편 민식이법은 공포 후 3개월 이후부터 시행된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은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3월이면 민식이법이 정식으로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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