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둔화에 구매력 저하 '값싼 일본'...경제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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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19-12-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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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랜드 일일권...6개 도시 중 日도쿄가 가장 저렴

  • 토요타 등 대기업 임금인상 소극적 소비위축 악순환

"'값싼 일본'이 조금씩 가난해지는 일본의 현실을 비추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계속해서 주춤하고 있는 임금인상이 물가침체를 가져와 일본 경제를 악순환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다른 나라와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는 일본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긍정적이지만, 일본 경제에는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다.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일일권 가격은 전 세계에서 일본이 가장 저렴하다. 일본 도쿄에 있는 디즈니랜드 티켓은 7500엔(8만2000원)이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디즈니랜드 티켓(1만3934엔)의 절반 수준이다. 프랑스 파리는 1만1365엔, 중국 상하이는 8824엔이다. 각국 티켓 가격이 천차만별인 건 운영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 랜드는 "정기적으로 가격 민감도를 설문 조사해 가격을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호텔 숙박 요금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영국 런던의 5성급 호텔 객실 숙박료는 약 1500달러(약 178만9000원)다. 이에 비해 같은 조건의 일본 호텔은 런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00달러 수준이다.

이처럼 주요 관광지의 저렴한 입장료와 숙박료는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이다. 여행 국가를 정할 때 환율 못지않게 중요한 게 해당 국가의 물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에 온 외국인 방문객이 지출한 금액은 452억엔으로 2013년과 비교해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 물품과 서비스가 저렴해진 배경 가운데 하나로 저평가된 엔화 환율이 꼽힌다. 맥도날드의 대표 햄버거로 각국의 상대적 물가 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빅맥지수로 보면, 지난 7월 일본의 빅맥은 390엔, 미국의 빅맥 가격은 5.74달러였다. 빅맥 기준 환율이 달러당 67.94엔이다. 실제 환율은 달러당 110엔 전후로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30% 이상 저평가된 셈이다. 

나가하마 토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지금의 물가 차이는 환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임금 인상 둔화가 사람들의 소비 의욕을 떨어뜨려 물가침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997년 실질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2018년 일본의 실질임금은 90.1로 줄었다. 반면 미국(116), 영국(127.2)의 실질임금은 상승했다.

이처럼 임금인상 둔화에 따른 구매력 저하, 소비위축으로 경제 성장세가 약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지만, 일본 대기업들은 여전히 임금인상에 신중한 입장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올 봄 노사협상(춘투)에서 일률적 임금인상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제조업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 일률적 임금인상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지바현 우라야스시 소재 도쿄디즈니랜드의 상징적인 이벤트 중 하나인 퍼레이드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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