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프랑스…'연금개편 저지' 무기한 총파업·집회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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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19-12-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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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일하고 덜 받게 될 것' 우려 확산…연금개편 폐기 요구 전국 집회

  • 총파업으로 TGV·철도 90% 취소, 교사·관제사도 파업 가세…파리 지하철 마비

  • 연금개편 나섰던 과거 정부들 줄줄이 실패…마크롱 정부 '긴장'

프랑스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연금개편 저지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가 진행되면서 주요 교통수단들이 멈추고 학교와 병원들이 문을 닫았다.

프랑스의 주요 노동·직능단체들은 정부의 연금개편이 은퇴 연령을 늦추고 연금의 실질 수령액을 감소시킬 것이라면서 폐기를 요구하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5일(현지시간)부터 시작했다.

이날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프랑스 고속철(TGV)과 지역 간선철도의 90%의 운항이 취소됐고, 항공 관제사들도 파업에 돌입해 프랑스 최대 항공사 에어프랑스는 국내선의 30%, 중거리 해외노선 15%의 운항 스케줄을 취소했다.

파리 지하철 노조도 연금개편 저지 투쟁에 동참해 수도권 지하철 16개 노선 가운데 11개 노선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나머지 노선들의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프랑스 파리의 몽파르나스역이 5일(현지시간)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텅 비어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교직원들도 파업에 가세해 대부분의 학교 수업이 취소됐고, 병원과 기타 공공기관들도 파업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파리의 관광명소인 에펠탑, 오르세 미술관도 직원들의 파업으로 이날 문을 닫았으며, 루브르 박물관과 퐁피두 현대미술관도 일부 전시관을 이날 폐쇄했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주요 무역항인 르아브르에서도 총파업과 장외집회로 항구 기능이 일부 마비됐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수도 파리에서는 직장인들의 상당수가 연차를 내고 아예 출근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프랑스 국철(SNCF)은 총파업으로 인해 TGV 노선의 90%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파리-런던을 잇는 유로스타, 파리-브뤼셀을 잇는 탈리스 노선도 파행 운행이 예상된다. 철도노조와 운수노조들은 최소한 오는 9일까지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는 총파업과 함께 총 250여개의 크고 작은 연금개편 저지 집회가 열렸다. 정오 기준으로 전국에서 28만5000명이 장외집회에 참여했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수도 파리에서는 경찰관 6000명이 투입된 가운데 시내 나시옹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진행됐다.

노동단체 '노동자의 힘'(FO)의 이브 베리에 위원장은 나시옹 광장 집회에서 "정부가 이번 총파업과 장외투쟁의 규모를 고려해 연금개편이 나쁜 생각임을 깨닫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리에서는 일부 검은 복면을 한 시위대가 트레일러트럭을 전복시켜 불을 지르고 노변의 상점들의 유리창을 파손했고,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42개에 달하는 복잡다기한 퇴직연금 체제를 간소화하고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국가연금 체제로의 개편을 202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직종별로 다양하게 분화된 연금 시스템을 단일 체제로 개편함으로써 직업 간 이동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제고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그러나 프랑스의 주요 노동·직능단체들은 퇴직 연령이 늦춰져 실질적인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개편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새 제도 아래에서 현재와 같은 수준의 퇴직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법정 은퇴 연령인 62세를 훨씬 넘겨서까지 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기업 푸조시트로앵(PSA)의 직원으로 브르타뉴 지방의 렌에서 총파업 집회에 참여한 프랑크(46)씨는 AFP통신에 "(연금개편은) 일부가 아닌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서 "일흔살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금체제 개편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한 의제일 만큼 프랑스 정부가 공을 들이는 문제다.

그러나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프랑스인들은 현 연금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한 편이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연금개편 저지 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과거의 프랑스 정부들도 대대적인 연금개편에 나섰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개혁이 좌절된 전례가 많다.

1995년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지금과 비슷한 연금개편에 나섰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해 심각한 레임덕에 빠졌다. 이후 2003년, 2010년에도 정부가 대대적인 연금개편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노동계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해 흐지부지됐다.

그나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때인 2010년 몇 달 간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와 연금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가운데 사르코지 정부가 은퇴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올리는 법안을 밀어붙여 진통 끝에 통과시킨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편 구상을 놓고 정부와 노동·시민사회의 팽팽한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2일 연금개편 계획을 구체화한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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