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글로벌 선진 제조업 기지 도약 앞둔 中 장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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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9-12-0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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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장삼각주 일체화 개발 프로젝트 주요 거점 지역

  • 도로·철도 겸용 '후퉁창장대교' 내년 개통

  • ZTT·양리그룹 등 본토 제조기업 급성장

  • 양로시설 저비용 이용 노인복지도 수준급

내년 정식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다리 위에 올라서자 끝이 안 보일 만큼 광활하게 펼쳐진 강 위로 입출항하는 대형 선박 수백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운반하는 화물은 2020년부터 총 길이 11㎞에 달하는 후퉁창장(滬通長江)대교를 통해 빠르고 편리하게 상하이로 옮겨질 전망이다.

최근 기자가 찾은 후퉁창장대교는 중국 장쑤(江蘇)성 난퉁(南通)시에 위치한 세계 최대 도로·철로 겸용 강철 아치교다. 2014년 3월 건설을 시작해 공정률이 90%에 이르렀다. 완공 후에는 난퉁에서 상하이까지 기차로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산둥(山東)성 동부, 장쑤성 북부와 남부, 상하이, 저장(浙江)성 동부 지역 간 가장 편리한 철도 수송 통로가 되는 셈이다.

후퉁창장대교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창장(양쯔강) 삼각주 일체화 개발 프로젝트'의 주요 교통 인프라로도 주목받고 있다. 창장 삼각주 일체화 개발 프로젝트는 창장 하류의 경제 중심 도시인 상하이와 그 주변의 저장성, 장쑤성, 안후이(安徽)성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프로젝트다. 2025년까지 창장삼각주 지역을 통합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러 도시들을 묶어 발전시켜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다.

그 일환으로 중국 정부는 장쑤성을 영향력 있는 과학기술산업 혁신허브이자, 글로벌 선진 제조업 기지로 키울 계획이다. 기자가 방문한 장쑤성 곳곳에서 이미 그 면모가 엿보였다.
 

내년 정식 개통을 앞둔 중국 후퉁창장(滬通長江)대교.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창장 지리적 이점 살린 교통인프라 구축 진행 중

장쑤성은 교통인프라 구축에 오래전부터 시동을 켠 모습이었다. 일단 고속도로와 철도를 겸하는 육상인프라로서 앞서 언급한 후퉁창장대교가 내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대교 건설을 총괄하고 있는 중국중철대교국의 장젠우(張建武) 본부장은 “후퉁창장대교는 상하이와 난퉁을 이어줄 뿐 아니라, 창장삼각주 지역의 일체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며 “저장과 장쑤성 남·북부, 상하이를 모두 이어 경제 사회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상과 해상을 잇는 교통인프라 ‘대운하’도 있다. 중국 대운하는 베이징에서 저장성까지 이어지는 인공 물길이다. 중국 역대 왕조들이 식량과 생활 필수품을 수월하게 운반하기 위해 5개의 하천 사이를 개착해 건설한 것인데, 총 길이가 무려 1515㎞에 달한다.

장쑤성 양저우(揚州)시는 이 대운하의 시발점으로 불리는데, 중국은 양저우시를 거점으로 세계 모든 도시의 운하를 묶을 계획으로 10년 전 세계운하 역사문화도시 협력조직(WCCO)을 출범시켰다. WCCO는 2013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주도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실크로드)의 첨병으로 거듭나 적극적인 운하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양저우시에 위치한 WCCO 본부에서 기자가 만난 덩칭(鄧淸) WCCO 비서장은 “현재 WCCO 회원 도시는 모두 153개”라며 “중국 이외의 해외 도시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 등 5개 대륙에 모두 걸쳐 있어 규모가 매우 방대하다”고 설명했다.

WCCO는 앞으로 전 세계 모든 운하 도시를 회원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WCCO는 매년 세계 운하 포럼을 열고 있으며, 세계 운하 도시의 모든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소통하고 있다.

가장 큰 목표는 세계운하도시포럼을 11년 연속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포괄적 협의 지위를 얻는 것이다. 덩 비서장은 “이는 유엔이 비정부기구(NGO)에 부여하는 최상위 자격”이라며 “자격을 얻으면 ECOSOC와 산하 11개 위원회의 모든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총회에 상정될 수 있는 회의 의제를 제안하고 발언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 전선제조업체 중톈커지(中天科技·ZTT) 사옥 내부. [사진=곽예지 기자]

◆제조기업도 초고속 성장··· ZTT·NACKS 등 본거지

장쑤성에 본거지를 둔 중국 본토 제조 기업들의 성장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선제조업체 중톈커지(中天科技·ZTT)는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1992년 설립된 ZTT는 2017년 525킬로볼트(Kv)급 고급형(XLPE) 케이블 개발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500㎸급 이상 전력케이블 제조 기술은 업계 최고 기술 중 하나다.

ZTT는 창장삼각주 일체화 계획의 중심 기업으로도 꼽힌다. ZTT 관계자는 “ZTT는 올해 창장삼각주 제조산업 분야 100대 기업으로 뽑혔다”며 “최근 몇 년간 빠른 성장세 덕분”이라고 밝혔다. ZTT의 올해 9월까지 영업이익은 291억8500만 위안(약 4조9000억원)이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35% 상승한 수준이다.

ZTT 관계자는 “ZTT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미 해외에 7개 공장을 건설했고 58개 해외 법인을 거느리고 있지만, 창장삼각주 일체화 계획에 기여하기 위해 더 많은 해외 기업과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저우시에 위치한 공작기계 제조업체 양리그룹(楊利集團)도 해외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의 첨단 기술 육성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18만평(0.6㎢)에 달하는 양리그룹의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자동화 설비들이었다. 장쥔(張軍) 양리그룹 부총재에 따르면 양리그룹은 최근 대형 자동화 공작기계 생산에 힘쓰고 있다. 기자가 본 자동화 기계는 알루미늄 재떨이를 만드는 기계인데, 90%의 공정이 기계로만 가능했으며, 전 공정 소요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장쥔 부총재는 “양리그룹은 현재 인도·한국·러시아·동남아 기업들과 교류하고 있다”며 “자체 기술력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장쑤성의 조선업 급성장도 눈에 띄었다. 장쑤성은 ‘중국 수출입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도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국수국조’ 원칙으로 조선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기자가 찾은 난퉁시의 조선소 NACKS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의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액화석유가스(LPG)선 건조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앞서 가와사키중공업은 중국 NACKS와 다롄시의 조선소 DACKS 등 2곳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상선 건조 작업의 70%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노인복지도 ‘선두'급··· 저비용으로 양로시설 이용 가능 

장쑤성은 최근 노인복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제조기술의 중심이 되는 것은 물론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중국의 노인복지 선진지역으로 자리잡겠다는 복안이다. 기자는 장쑤성 방문 기간 중 두 곳의 양로시설을 방문했는데, 이곳의 노인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양저우시에 위치한 톈러후(天樂湖)양로원에 거주하고 있는 왕페이(王飛) 할머니는 “이곳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는 친구들과 붓글씨 쓰기와 무용 등 취미생활을 함께 하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며 “양로원에서 주기적으로 질병 진료도 봐주고 있어 건강관리도 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톈러후양로원은 양저우시 내 2개 병원과 협력을 맺고, 매주 내과·호흡기내과·중의·회복외과 등 분야별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비용 부분이다. 톈러후양로원은 정부가 운영하는 양로시설로 한 달에 1500위안(최소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1500위안은 우리돈으로 약 25만원 수준이다. 게다가 무자녀·무소득자인 양저우 시민은 전액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난퉁시 훙차오마을(南通虹橋新村)의 양로시설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곳에는 35만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 중 18만명이 노인이다. 절반에 가까운 주민이 노인인 셈이다.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헬스케어 서비스 센터인데, 만 65세 이상의 노인은 이 센터에서 이뤄지는 모든 진료를 무료로 누릴 수 있다.

훙차오에 5년째 거주하고 있는 쑨 할아버지는 “장쑤성은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발전한 지역 중 하나이자, 성장 전망이 밝은 곳”이라며 “때문에 노인들은 물론 젊은이들도 살기 좋은 곳”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장쑤성은 올 1~3분기 지역 국내총생산(GDP)이 7조 위안 이상으로, 31개 성(省)급 지방정부(자치구·직할시 포함) 중 광둥성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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