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례대표 연동률’·한국 ‘원내대표 경선’…패스트트랙 협상 변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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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9-12-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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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개혁법 부의 속 ‘대치’…與, 최후통첩 vs 野, 결사항전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특별한 진전 없이 ‘말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협상의 묘미를 살리지 못하고 갈등관계만 유치한 채 연말 정국을 ‘혼돈의 시간’으로 만들면서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각각 연동형 비례대표의 연동률과 당 원내사령탑 교체 문제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3일 0시를 기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로써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안 공수처법 제정안 등을 포함해 모두 4건의 검찰개혁법이 지난 4월 30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217일 만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의 '개혁 발목잡는 자유한국당 규탄 및 선거제도 개혁완수결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 선거제 연동률 놓고 고심…‘4+1 협의체’ 결속력 관건

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10일) 전날인 9일을 내년도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제1야당인 한국당에 “3일까지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라”고 ‘최종 통첩’을 날렸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모든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데이터 3법, 유치원 3법, 어린이교통안전법 처리에 한국당은 응하길 바란다”면서 “오늘 저녁까지 대답을 기다리겠다. 이것이 마지막 제안”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야당들과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논의를 가속화하며 법안 일괄처리 채비에 나설 방침이다. ‘4+1’ 회동을 원내대표 간 협의체로 격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이 준비되는 6∼9일 중에 본회의를 연다는 방침이다. 오는 10일로 막 내리는 정기국회 중에는 반드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으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최소화할 수 있는 9일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한 예산안을 올리면서 패스트트랙 법안 및 민생 법안도 같이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예산안에 이은 법안 상정은 선거법 개정안, 검찰개혁 법안, 민생법안 순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이 먼저 처리되면 필리버스터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변수는 4+1 협의체의 ‘찰떡 공조’ 여부다. 당장 공수처법에는 큰 이견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선거제 개혁 문제는 아직 이견이 큰 상태다.

기존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연동률 50%’ 원안 자체가 상대적으로 호남 의석 수가 많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250석·비례대표 50석·연동률 50%’였다. 일각에서는 한국당과의 막판 협상을 위해 기존 연동률 50%에서 연동률을 40%로 낮추는 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은 ‘40% 연동률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결국 연동률의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거제 합의가 달려 있는 셈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심상정 정의당 대표·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시민단체들과 함께 ‘개혁 발목잡는 자유한국당 규탄 및 선거제도 개혁 완수 결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민생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한국당을 규탄하는 동시에 민주당에도 “한국당 핑계대지 말고 선거법 개정에 의지를 갖고 나서라”고 촉구했다.

심 대표는 “50% 연동률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훼손하는 방안이지만, 이번만큼은 민주당의 개혁 의지를 평가해 여야 4당이 준연동제로 합의한 것”이라며 “이마저도 다시 조정하고자 한다면 선거제 개혁의 의미는 완전 퇴색될 거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청와대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강경파’ 나경원 10일로 임기 만료…경선 결과 촉각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방침을 고수하는 동시에 ‘3대 친문(친문재인) 농단 게이트’로 의혹 사건들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바른미래당과 함께 국회에 제출했다.

대여 공세를 강화하며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동력을 이어가는 데 주력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는 불가피한 조치이며, 민생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원인은 필리버스터를 보장하지 않는 민주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 의회는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독재 상황"이라며 "여당은 5대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본회의를 열어 민생 법안을 원포인트로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또한 한국당은 국조 대상 3가지 의혹으로 △경찰이 청와대의 하명 수사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선거농단’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감찰농단’ △우리들병원 특혜대출에 친문 핵심인사들이 연루됐다는 ‘금융농단’ 등을 지목했다

요구서에는 한국당 의원 108명 전원과 바른미래당 의원 17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이용표 전 경남지방경찰청장 등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개입했고, 하명 수사 의혹의 중심에 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별도의 특별감찰반을 운영했다는 주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백원우 별동대가 공수처 축소판”이라면서 “공수처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별동대”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지도부 내에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실패하면 의원직을 총사퇴해야 한다는 강경한 발언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에도 변수가 생겼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주도해 온 나 원내대표의 임기가 오는 10일로 만료된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완수 사무총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규정 24조에 따라 나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임기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차기 원내대표에는 4선 유기준 의원, 5선 심재철 의원 등이 경선 출마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3선인 강석호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강 의원은 ‘패스트트랙 협상파’로 분류되는 인물로 원내대표가 될 경우, 대여 관계에 변화가 전망된다.

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이) 협상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손에 얻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무너진 원내 협상력을 복원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야당의 진정한 무기는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협상이어야 한다”며 “저는 원내 협상력 복원의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에 대해서도 여당과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강 의원은 “공수처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든 (여당에)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얻어내야 한다”며 “당내에 이런(협상론) 기류가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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