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작가 “길 잃었을 때 조선 회화에서 답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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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9-11-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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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달 31일까지 국제갤러리서 개인전

'그냥 삶' 연작 앞에 선 문성식 작가 [이한선 기자]

문성식(40) 작가가 개인전을 열고 동양화 기법을 차용한 작품을 공개했다.

국제갤러리는 28일부터 내달 31일까지 문성식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을 열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초기 회화부터 동양과 서양을 잇는 풍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스크래치 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이번에 처음 소개했다. ‘그냥 삶’(2017~2019) 회화 연작, ‘장미와 나’(2017), ‘만남’(2018), ‘물의 조각’(2019),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2019), ‘끌림’(2019) 연작들을 포함하는 채색 드로잉, 유화 바탕을 연필로 긁어 그린 ‘그저 그런 풍경’(2017~2019) 연작으로 구성된 유화 드로잉의 세 작품군을 공개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문 작가는 “3년 전 갈 길을 잃었을 때 선이라는 요소가 저의 에센스(정수)라고 생각하고 회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찾은 답이 조선 회화였다”며 “정선이 현대에 살아 있다면 무엇을 그릴까 생각해 보기도 하고, 여백, 종이, 먹을 활용한 옛 그림이 주는 감흥이 있는 조선시대 회화 양식을 써 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반고흐의 솔직하고 순수하며 그냥 그리는 선의 싱싱함에 매료됐다”며 “정선도 좋아하는데 조선시대 그림이지만 박연폭포의 선이 너무 일자로 그려져 유아적이고 현대적으로 해석해 지금 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성식 '그냥 삶' 2017~2019, 97 x 162.5 cm [국제갤러리]

작가는 벽화 같은 재료를 나타내기 위해 검정으로 발라 반건조한 다음 칼, 송곳 등으로 긁어내는 방식을 쓰고 광물에 가까운 물감으로 채색을 흡수시키는 방식을 썼다.

장미 연작 '그냥 삶'은 곤충이 꽃에 다가가는 ‘끌림’을 그린 작업으로 벽화의 질감을 표현하고 동양화의 구도를 차용했다. 작가는 “장미에 벌레와 나비가 꼬이고 벌레를 새가 쫓는 장면을 목격하고서 그 기억을 토대로 그렸다”며 “세계의 축소판을 상징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4점으로 구성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뒤엉킨 남녀의 신체를 묘사한다. 작가는 “포르노를 검색해 찾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그렸다”며 “기이하고 더러운 느낌도 있지만 행위에 대한 생각을 그렸고 쉬고 싶을 때 가볍게 그린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60여 점의 ‘그저 그런 풍경’은 유화를 연필로 긁어낸 드로잉 작품으로 평범한 일상을 그렸다. 작가는 “드로잉으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에서 살아 있다는 증거물을 명쾌하게 남기고 싶어 유화를 먼저 바르고 연필로 자국을 남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며 “부동산을 보는 부부, 몰래 연애하는 고교생 등 그저그런 풍경에 섞여 있는 특이한 지점들을 그렸다”고 말했다.

작가는 20대이던 2005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면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루이스 부르즈와 작가처럼 오랜 무명 생활에 쌓은 내공이 대단하다 느낀다”며 “젊은 예술가를 띄우는 분위기 올라타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빨리 알려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작가는 “아시아의 그림이 중요 자산이지만 뒤켠에 놓여 있어 방식들을 수혈 받고 싶다”며 “초기 시절에 별 것 없는데 시장 반응이 뜨거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동안 힘들게 그렸지만 앞으로는 덜 힘들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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