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문학] 왜 배당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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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19-11-2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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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신한BNPP자산운용 부사장

왜 배당주일까.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는 평소 마진이 높지만 비가 적게 오거나 오지 않을 때 수익이 악화되는 우산장수에 비유한다.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우산장수를 하던 어느 사람이 비가 오지 않을수록 더 잘 팔리는 소금을 함께 팔면 사업의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자산배분효과도 많이 얘기한다. 금융시장에서의 소금은 채권을 뜻한다.

2018년 8월만 하더라도 본지에서 우산과 소금처럼 주식은 항상 채권과 함께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필자도 요즘은 채권이 소금의 역할을 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채의 금리가 1% 중반대로 하락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만기가 긴 50년 국채의 금리도 11월 25일 현재 1.6%대에 불과할 정도다.

계산해 보면 지금 우리나라의 채권종합지수에 투자하면 향후 1년간 국고 3년 금리가 50bp나 하락해 0%대에 진입하는 강세장에서도 고작 3%대의 수익이 나올 뿐이다. 반면 금리가 50bp 상승하면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올 것으로 계산된다.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채권투자의 기대수익률은 매우 낮아진다.

이럴 때 우산장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산장수가 어느 날 양산을 겸할 수 있는 우산을 판매한다면 햇볕이 쨍쨍한 날씨에도 매상이 있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산 겸 양산은 한 가지 아이템으로도 날씨라는 환경에서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위험 대비 수익이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경제가 좋든 나쁘든 꾸준히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자산은 없을까?

경제가 좋을 때도 좋은 수익이 나오겠지만 경제가 좋지 못할 때도 투자가격 대비 최소 4~5% 이상의 높은 배당이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주식이 있다면 어떨까? 이런 주식의 가치는 예금금리가 3%일 때와 예금금리가 1%일 때 크게 달라질 것이다.

경제가 나빠져 예금이나 채권금리들이 하락할수록 5% 이상의 배당이 나올 수 있는 주식의 가치는 재평가받아야 한다. 경제의 등락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고배당주는 확실히 비가 오나 햇볕이 쨍쨍할 때나 상관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우산 겸 양산장수의 경우와 유사하다.

초저금리 시대, 너무 낮은 금리의 채권으로서는 더 이상 포트폴리오 위험을 상쇄시키는 ‘우산과 소금’ 효과를 거두기 힘들 때, 고배당주에 크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고배당주를 선택할 때 앞으로도 장기간 꾸준히 좋은 배당수익을 줄 수 있는 주식을 고르는 일이다. 화려한 미래를 추구하는 기업보다는 믿을 수 있는 과거의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10년간 한번도 빠짐없이 배당을 지급해 왔는가 △과거 6년간 평균 배당수익이 현재 주가에 비해 충분한 배당수익률(정기예금금리의 2~3배 이상)을 충족시켰는가 △경제사이클 등 외부요인에 크게 영향받지 않으며 미래 장기적인 기업이익과 배당도 지금까지처럼 꾸준하게 지속될 수 있는지 확신하는가 등의 조건을 충족시킬 것을 원칙으로 정해 투자하면 좋을 것이다.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에 관심을 가져라’라는 식의 배당주 투자는 금물이다. 12월 말 결산시점에서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 몇 개월간의 짧은 투자기간으로 1년간 쌓인 기업의 이익에서 나오는 배당수익을 만끽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만, 배당만 받고 금방 다시 내다파는 단기투자는 고수들의 배당투자와는 무관하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 꾸준히 배당을 받다 한번쯤 그 주식이 제 가치를 인정받아 가격이 상승했을 때 매도해 차익을 얻는 식의 장기투자가 배당투자의 정석이다.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배당주 펀드에 투자할 경우 꼼꼼히 체크할 점은 실제 펀드에서 많은 배당수입을 얻고 있는지의 여부다. 알토란 같은 배당주를 담아 성과를 내기에는 너무 규모가 큰 펀드들의 경우 일반 주식형펀드처럼 매매차익에 수익을 의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3년 이상의 장기성과를 비교해 보고 꾸준히 좋은 수익을 낸 펀드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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