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정지' 된 한반도 평화시계, 다시 움직일까…머리 복잡해진 '남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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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11-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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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文대통령 부산 초청’ 친서에 “고맙지만 갈 이유 없어서 ‘거절’”

  • 北 ‘선미후남’ 기조 유지, 북·미 협상 성과 내면 남북관계도 개선?

지난 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빠르게 움직였던 한반도 평화 시계가 멈춰 섰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 당사자인 북·미의 견해차가 여전하고, 촉진자 역할을 자신했던 한국과 북한의 관계도 틀어졌다. 교차상태에 빠진 북·미, 남북관계를 해결할 마땅한 묘책도 없어 한반도 평화 시계의 재작동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北 ‘文 대통령 부산 초청’에 “고맙지만 갈 이유 못 찾아 ‘거절’”

21일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에 대한 거절 의사를 전하며 ‘선미후남(先美後南, 미국과 먼저 통하고 남한과는 뒤에 만남)’ 정책 유지 기조를 드러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해 초청을 거절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한 배경으로 최근 틀어진 남북관계의 배경이 미국에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통신은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 수뇌상봉(정상회담)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평양공동선언문’에 포함된 내용이 미국의 반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 미국의 허가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도 없을 것이라고 단정한 것이다.

또 “저들이 주도한 신남방정책의 귀퉁이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 넣어보자는 불순한 기도를 따를 우리가 아니다”라며 남측 외교 행사에 김 위원장을 들러리로 세우려 한다는 불쾌감도 나타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이런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협상)보다 선미후남 전략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모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의 초청을) 거절했지만, 어쨌든 답은 했다”며 “연말까지 북·미 대화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하면 남북대화도 한다는 간접적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때까지는 대남관계나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모드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역시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근본 문제로 보고 있다”며 “당분간 ‘선미후남’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北 ‘선미후남’ 기조 유지, 북·미 협상 성과 내면 남북관계도 개선?

북한이 선미후남 정책 기조를 드러낸 만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내면 남북관계에도 개선의 조짐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북·미가 12월 실무협상 재개를 두고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가는 것이 걸림돌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북미 대화 재개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우며 비핵화 협상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아직 외교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북한이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대화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러시아 외무부 인사들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없으면 비핵화 협상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미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외교의) 창이 여전히 열려있다”며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다시 도발적인 조치들로 돌아간다면 ‘거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북·미 간 책임을 전가하는 이른바 ‘핑퐁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뚜렷한 해법 없이 ‘대화·소통’만 강조하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통일부 주최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측의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시설 철거 ‘최후통첩’ 등 금강산 관광 문제가 위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남북 교류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대면협의’를 앞세워 관광재개·활성화 등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반면 북한은 ‘문서교환’ 방식의 협의만 고집하고 있어, 관련 논의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특히 정부의 금강산 문제 해결 계획에는 ‘유엔 대북제재’ 문제가 걸려있다. 이 때문에 금강산 문제는 미국과의 논의도 필요하다. 김 장관이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한·미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SMA) 협상 등에서 갈등을 겪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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