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지금 자화자찬할 때냐"…부동산 시장 반응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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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윤지은 기자
입력 2019-11-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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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서 "부동산 가격 받드시 잡겠다" 등에 냉소 쏟아져

  • "대통령 인식보다 훨씬 심각하다" 한 목소리…현실과 괴리 지적 잇따라

  • 15년 노무현 전 대통령 '말 폭탄'에 견줘 정책 시장 신뢰 훼손 반복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대통령이 지금 상황에 자화자찬할 때냐." "현 정부가 현실을 너무 직시하지 못한다."

부동산 시장과 관계 전문가들은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있다", "부동산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 "부동산 가격, 반드시 잡겠다" 등 밝힌 내용을 두고 냉소적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현 정부의 굳은 의지 표명과 잇단 고강도 정책 발표에도 시장 민감도가 큰 서울 중심 집값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의 집값 안정 목소리가 커지고 부동산 규제 벽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때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부동산 역설이 얄밉게도 통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15년 전 같은 진보 정권으로 불리는 노무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부동산 폭등, 기필코 잡겠다", "부동산 투기,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의문" 등의 '말 폭탄'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시장이 반대로 움직였다는 것이 다양한 수치에서 확인된 바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관련, 대통령의 현실과 괴리된 진단과 지나친 낙관론 등은 오히려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후유증만 남기게 된다고 시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대통령이야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시장에 집값 안정 의지와 정책 방향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하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숱하게 쏟아진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무력화된 점을 확인하고 절망하는 서민들에게, 또 정책 내성과 학습효과를 경험한 시장 참가자들에게 어제 문 대통령 발언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생각하면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서울 집값은 폭등하고 수요층별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현 정부 정책이 너무 규제 일변도로 편성돼 있다. 공급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장기적 측면에서 시장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 역시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하기 위해 전국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지만, 주택 시장을 견인하는 곳은 서울 지역"이라며 "서울 집값이 불안정하다는 질문자의 물음에도 문 대통령은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부동산 정책을 마련해온 점과 궤를 같이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야말로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재건축 대장주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 전용면적 76㎡가 지난달 말만 해도 17억9000만원 선에 거래됐는데 이달 6일 분양가 상한제 핀셋 지정 이후 오히려 20억원으로 뛰었다"며 "은마뿐만 아니라 일대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1개월 만에 20% 이상 올랐다. 대통령이 자화자찬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분양가 상한제 리스크를 피한 성동구 성수동 성수2지구 인근 공인중개사도 "어제 방송에서도 언급됐듯,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보유세를 높이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다른 정책을 열거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양도세와 보유세는 참고하겠다'고만 답했는데, 이게 핵심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서민 전·월세 시장은 과거 정권에서 '미친 전·월세'라는 표현도 나왔는데, 지금 현 정부에서 전·월세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대목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월세가 안정됐다고 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대치동만 해도 전·월세가 없어서 난리다. 특히 정부가 규제를 해서 2년 실거주 방안을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물건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집을 새로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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