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유료방송 M&A’ 글로벌OTT 대응 초점에, 흐려진 우리동네 방송

송창범 기자입력 : 2019-11-20 00:11

[IT과학부= 송창범 기자]

“이번 유료방송 M&A(인수·합병) 건의 초점이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대응에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정작 소비자에게 중요한 ‘우리동네 맞춤형’ 방송인 지역성이 흐려지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일 유료방송 M&A를 승인한다고 발표한 이후 업계에서 나온 말이다. 공정위는 이날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와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을 승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마지막 관문이 남았지만, 시장에선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M&A의 필요성을 잘 아는 방송통신 주무부처 과기정통부가 불허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심사 결과, 승인에 붙은 조건이 의외로 약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정위는 물가상승률을 초과한 케이블TV 수신료의 인상 금지와 디지털 전환의 강요 금지 등을 승인 조건으로 나름대로 내세웠지만, 가장 강력한 조건인 ‘교차판매 금지’가 빠졌다. 경쟁제한성보다 M&A에 따른 효용성에 더 무게를 둔 결정으로 분석됐다. 결국 국내시장에 파죽지세로 밀려들어온 구글,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에 대한 대응 때문에 사업자 간 M&A가 불가피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만약 교차판매 금지가 승인 조건에 붙었을 경우 M&A 이후 인수기업은 피인수기업의 유료방송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피인수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한 가지 추가로 들어갔어야 할 '지역성 보호'라는 조건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최근 중소 케이블TV 업계가 들고 일어났다. 통신사 중심의 거대 플랫폼의 탄생을 막기 위해서다. 거대 플랫폼이 탄생하면, 보호 장치가 없는 중소 케이블TV 업체들이 모두 고사하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공정위의 심사승인에 반기를 든 세력은 바로 중소 전국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다. 현재 78개 권역에서 지역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지역에서만큼은 주민들을 위한 정보와 콘텐츠 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다. 이들은 “교차판매 금지 등 보호방안 조치가 빠진 것은 케이블TV 산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공정경쟁, 지역사업권 유지, 중소SO 보호장치‧상생방안 등을 조건부 승인으로 붙여달라”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얼핏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기업 간 생사를 건 시장경쟁으로만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디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중소SO가 고사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정보 습득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 케이블TV를 인수한 통신사들이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통해 지역 특성을 살리겠다고는 했지만, 전국 단위 사업자에게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물론 기존 케이블TV보다 콘텐츠와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에서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다. 그동안 케이블TV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점 콘텐츠 등 다양화된 콘텐츠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들이 지역성을 구현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통신사가 약속한 지역성 구현은 현재 지상파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지상파는 전국에 지국을 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뿌리는 역할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민의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은 케이블TV만이 할 수 있다. 전국 단위 사업자인 통신사가 내년 4월 진행될 총선에서 지역의 후보들을 각각 조명해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민을 위한 방송 ‘우리동네 맞춤형’ 방송은 소비자 정보 습득 선택권을 위해 꼭 필요하다.

경쟁제한성을 집중 심사한 공정위의 결론은 이미 났지만, 지역채널 운영 계획을 심사하는 과기정통부의 판단은 아직 남았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춘 체질 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케이블TV의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지역채널 강화 방안도 조건에 붙어야 한다. 글로벌 OTT 대응이란 이유만으로 ‘우리동네 맞춤형’ 방송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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