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新시대 열자] <上>미국을 다시 보라…한·미 동맹은 한국의 최대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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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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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 한국 패싱…비핵화 전략 한계

  • 지정학적 이점 활용 '중견국 외교'를

  • 한·미 동맹 탄탄해야 다른 외교 순탄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싸고 북·미 직거래 판이 마련됐다. '연내 시간표'를 강조한 북한이 연일 대미 압박 기조를 끌어올리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다음 달 중 제3국에서 핵담판 협상을 재개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사이 북한은 금강산 시설철거에 대한 '최후통첩' 사실을 공개했다. '북·미 직거래'를 원한다는 시그널을 재차 보낸 것이다.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만료를 앞두고 한국에 대한 릴레이 압박전을 전개했다. 5조8000억원대(약 50억 달러)에 달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전시작전통제권 등을 고리로 한국 정부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동맹국은 온데간데없고 '자국 우선주의'만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지소미아 연장을 거부, 한·미 동맹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일 군사 삼각동맹이 흔들리는 사이, '신(新)밀월'을 가속한 북·중은 한반도 질서의 핵으로 부상했다.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 따라 김 위원장은 이르면 다음 달 '방중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격화되는 한·일 갈등은 북·중·러 삼각체제만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4강(미·중·일·러)과 북한 사이에 한국만 고립된 셈이다.

◆한반도 둘러싼 미·중·일·러 군비경쟁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남부 조지아주(州) 주도 애틀랜타에서 열린 '트럼프를 위한 흑인 목소리'라는 행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의 환호에 호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전문가들이 꼽은 동북아 질서의 최대 위험요인은 각국의 '군비경쟁 확대'다. 이는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불안정성과 직결된다. 동북아는 미·중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곳이다. 한국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한반도는 군비경쟁의 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은 '힘을 통한 평화 유지'라는 기조 아래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걸었다. 군사적으로는 첨단 전략의 전진 배치를 비롯해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신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중국의 국가전략)'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안보 협력의 메커니즘을 만들고 있다. 우주·사이버 역량 강화와 해·공군력 현대화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도 첨단전력 개발과 군사력의 현대화 등을 각각 추진, 한반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우경화, 인도의 잠재력 등은 동아시아의 '힘의 균형'을 깨뜨릴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인도의 협력 관계 강화는 기존의 중국과 인도 간에 형성된 전략적 경쟁을 흔들 수 있어서다. 인도는 지난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협정문 타결을 '거부'했다.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은 사실상 '반쪽짜리 RCEP 협정문' 타결을 선언했다.

이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과 맞물려 미·중 대립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가치사슬(부가가치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도 교란할 수 있다.

◆중견국 외교·교량외교··· "韓·美동맹 복원 시급"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지소미아 연장을 거부, 한·미 동맹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제는 한국 외교다. '갈라파고스 외교'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 정책인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해 △남북대화 정례화 및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신경제지도 추진 △우리 주도의 방위 역량 강화 △4강 외교에서 탈피한 외교 다변화 등은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전반기 동안 남북 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 정부가 주체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올인 전략이 아닌 '전략적 유연성' 확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랜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국제무대에서 필요한 것은 '중견국 외교'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2013년 이미 '믹타(MIKTA)' 출범을 주도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 5개 중견국의 모임이다. 북핵과 테러리즘, 인도지원 등 주요 국제문제에 대한 공동 입장 등을 표명하고 있다.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교량외교 및 맞춤형 협력 외교'가 필요하다. 이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정학적 이점을 통해 경제영토를 넓히는 전략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핵심축인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통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문제도 풀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의 밑바탕은 '한·미 동맹' 강화라고 입을 모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남북을 비롯한 북·미 관계 개선의 기초는 강력한 한·미 동맹"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은 66년 만에 전례 없는 균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소미아를 둘러싼 갈등은 미국의 동맹 축이 일본으로 기우는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한때 미국 조야에선 한국의 '중국 경사론'에 대해 우려가 컸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강요받던 한국이 핵담판 국면에선 '미국이냐, 북한이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그 사이 미국도 북한도 중국도 '한국만 패싱'하고 있다. 미국의 '신고립주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시작으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북·미 자유무역협상(NAFTA) 등을 거쳐 '트럼프발 청구서'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으로 확전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동맹"이라며 "한·미 동맹이 탄탄하면 한·중 관계 등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전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장관이 방한 중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한미동맹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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