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정부, 시위 장기화에 시위대 핵심 요구사항 수용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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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11-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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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 정부, 개헌 착수…“피노체트 독재 정부 헌법 대체”

  • 개헌안 완성까지 최소 1~2년...혼란·진통 계속될 듯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 반(反)정부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시위대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개헌 작업을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1973~199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 제정된 헌법을 개정하고, 새 헌법 초안을 작성하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곤살로 블루멜 칠레 내무장관은 "지난 주말 우리는 새로운 헌법을 향해 나아가기로 합의했다"면서 "'제헌 의회'가 개헌안 초안을 작성한 후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개헌안 완성까지는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18일 칠레 정부가 유가 상승과 페소화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올리자, 시위대는 잦은 공공요금 인상과 높은 교육·의료비 부담, 극심한 빈부 격차 등에 대한 분노를 외치며 연일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에 참여했다. 

이에 피녜라 대통령은 지하철 요금 인상 철회를 시작으로 임금과 연금 인상 등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놨지만 시위대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않지 않았다. 시위대는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개헌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헌법은 1973~1990년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발효된 후 여러 차례 개정 작업이 있었지만 민주화 회복 30년이 다 되도록 그 근간이 유지돼 왔다.

시위대들은 군부독재 시절 이뤄진 공공서비스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칠레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초래했다며 토대가 되는 헌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WSJ는 칠레 여론조사기관 카뎀의 조사를 인용해 응답자의 78%가 개헌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칠레 정부가 시위대의 핵심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이번 시위 사태가 개헌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국민이 만족할 만한 개헌안이 마련돼 통과되기까지는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혼란과 진통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칠레 경찰의 과잉 진압에 따른 시위대 부상이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이날 시위가 격화된 후 180명의 시위대가 경찰이 쏜 고무탄 등에 맞아 한쪽 눈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 중 30%는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60%는 심각한 시각 손상을 입었다. 칠레에서도 실명 시위자들을 중심으로 집회가 세력화할 경우, 홍콩처럼 시위가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반정부 시위대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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