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의 Herstory] 이수아 에스랩아시아 대표 "자체개발 '그리니' 박스로 고부가가치 식품 수출 물류 이끈다"

오수연 기자입력 : 2019-11-10 13:31
거제도 바지락이 살아서 싱가포르까지…50만건 배송·300종 라이선스
거제도에서 잡은 바지락이 바다 건너 싱가포르까지 산채로 날아간다. 심지어 서울 대형마트로 보내는 것보다 신선하게 운반된다. 쉽게 무르는 딸기도 밭에서 갓 딴 것처럼 말레이시아로 보낼 수 있다. 특수 소재로 만든 신선 박스 '그리니(Greenie) 박스'를 이용한 에스랩아시아의 물류서비스덕분이다.

10일 아주경제와 만난 이수아 에스랩아시아 대표는 자체 개발한 콜드체인(식품 저온 유통체계) 기술로 한국 식료품의 고부가가치 수출을 이끌고 있다.
 

이수아 에스랩아시아 대표가 그리니 박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에스랩아시아 제공]

이 대표는 처음부터 물류 사업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국내 의류 상사에서 일하던 중 동남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엿봤다. 처음에는 의류·화장품 사업을 했으나, 물류 때문에 난항을 겪었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들여와도 에어컨조차 없는 열악한 현지 환경 탓에 사용기한이 4분의 1로 줄고, 말라붙어서 물건을 팔 수가 없었다.

이 대표는 "말레이시아의 햇빛이라도 막아보겠다고 은박지로 싸기도 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결국 직접 창고를 짓고 에어컨을 상시 가동했는데, 현지에서 드물게 시설이 좋고 청결하다 보니 식품업을 하는 고객에게도 의뢰가 와서 콜드체인 물류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자체 개발한 그리니 박스는 에스랩아시아 콜드체인의 주축이 됐다. 겉보기엔 평범한 상자지만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부착돼 박스 내외부 환경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똑똑한 상자다. 특수 소재로 소량의 아이스팩만으로도 배송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도 차이가 2.6도에 불과하게 유지한다.

이 대표는 "1세대 모델은 은색 돗자리와 비슷하게 생긴 기능성 원단으로 만들었는데 돗자리인 줄 알고 창고에서 몇백만원어치를 모두 버리더라. 쓰레기장을 뒤져서 찾아왔지만 다 찢어져서 쓸 수가 없었다"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발된 3세대 모델은 집어던져도 5년은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용적률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티로폼은 일회용이고 드라이아이스를 많이 쓰나 지속 시간이 6시간에 불과하다. 항공 컨테이너는 비행 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활주로에 내렸을 때 온도가 20도씩 올라가며 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며 "배송 과정에서 최대 25%까지 손실이 발생해 피해가 큰 기존 방식과 다르게 온도차를 최소화해 손실을 줄이고, 배송 후 유통기한도 길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오는 막힘 없이 원활한 물류 서비스다.

그는 "신선 박스만 있다고 되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통관에서 문제가 생겨서 지체되면 물건이 썩기 때문에 전 과정이 매끄러워야 한다"며 "의류·화장품 사업을 했을 때 각 국가의 수출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길을 닦아놓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에스랩아시아는 올해 고객사와 함께 동죽, 바지락, 꼬막, 백합 등을 산채로 싱가포르에 보내는 테스트를 진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싱가포르로 보낸 제주 감귤 배송 건수는 2500건에 달한다. 물류 전 과정에 필요한 300여 종의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있으며, 동남아 국가 별 물류 법인을 설립했다. 50만 건 배송을 하고, 125번 비행기를 날렸다.

국내 대형 업체들은 물론 동남아 전역을 아우르는 데어리팜 그룹의 유통채널에도 물류를 보낸다. 현지 상품기획자(MD)들이 먼저 나서서 에스랩아시아를 이용해보라며 소개해주기도 할 정도다.

에스랩아시아는 장기적으로 현재 지속 시간이 24시간 가량인 3세대 그리니 박스의 4세대, 5세대 모델을 개발해 중동, 미국, 유럽까지 시장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내년도에는 국내 대형 플랫폼과 협력해 물류를 내보내는 것과, 수출·수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호주의 고급 소고기나 소량이어서 수입이 어려웠던 물품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한국 농·수산물이 고부가가치 식품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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