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文정부, 3失 인정하고 후반전 나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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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전 국회 부대변인)
입력 2019-11-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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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시인의 말처럼 산을 오를 때는 많은 것을 놓친다. 의욕이 넘쳐 또는 정상에 빨리 가려는 욕심이 눈을 가리기 때문이다. 반면 내려오는 길에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을 비우고 순해지기 때문이다.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시선이 아닐까 싶다. 지나간 시행착오에 연연하는 것은 부질없다.

이제는 흘려들었던 목소리를 정책에 담는 게 중요하다. 중도는 물론 반대편까지 귀를 열어야 한다. 진영(陣營)을 떠나고, 에코챔버(반향실)에서 나오는 게 우선이다. 관용과 경청은 당연하다. 이념보다 실용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과 국민통합을 염두에 둔 정치 복원은 핵심이다. 그럴 때 잃어버린 공정과 정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크게 세 분야에 걸쳐 방향을 제시한다.

◆민생경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일자리 정부’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매년 30만~40만명씩 늘던 취업자는 지난해 10만명 아래로 줄었다. 대신 노인들 단기 일자리만 늘었다. 또 제조업 취업자는 18개월째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만1000개나 사라졌다. 30~40대 근로자도 24개월 연속 줄었다.

경제활동에서 허리인 40대 일자리와 제조업 취업자 감소는 뼈아픈 대목이다. 반면 비정규직은 폭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만7000명 늘고, 정규직은 35만3000명 줄었다. 최저임금 후유증도 상당하다. 정책 취지와 달리 취약계층은 일터에서 쫓겨나고 자영업은 붕괴 직전이다. 소득분배 또한 개선되지 않아 양극화는 심화됐다. 수출도 11개월째 마이너스다.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식이위천·食以爲天)”고 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왕조가 오래간 경우는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근 칠레가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은 따뜻한 정책이다. 하지만 선한 의지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현실에 맞는 정책과 속도조절을 고민할 때다.

◆국민통합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약속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국민들은 80%대 넘는 높은 지지율로 화답했다. 대통령 당선 득표율(41.1%)보다 두 배 높았다.

중도층은 물론이고 지지하지 않았던 반대 쪽까지 가담한 수치다. 그러나 반환점을 돈 현 지지율은 40% 초반으로 반토막 났다. 조국 사태를 지나면서 중도층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 발표한 대통령 직무 평가 결과 중도층은 냉담했다. ‘잘하고 있다’는 22%에 그친 반면 ‘잘 못하고 있다’는 62%다. 무엇보다 진영논리에 포획된 국론분열은 치명적이다.

이탈한 중도층을 되돌리고, 서초동과 광화문을 잇는 정책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레임덕도 늦출 수 있다. 경제정책에서 유연함과 폭넓은 인재 등용은 관건이다. 선거캠프 출신 인사 등용은 그만 멈춰야 한다. 대신 현장을 아는 전문가 집단, 진영 밖에서 정책을 제언할 수 있는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더불어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

◆외교안보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집권 초반 전쟁 위기까지 치달았던 긴장 관계는 한순간 허물어졌다. 북한 대표단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문을 열었다. 이후 남북 정상은 세 차례 만났다. 지난해 4월과 9월 두 차례 ‘정상 합의문’도 발표했다.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은 신선한 감동을 안겼다. 평양 5·1경기장에서 문 대통령 연설은 정점이었다.

남한 대통령이 북한 땅에서 대중 연설을 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주민 15만여명은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화해 무드는 북·미대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북·미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겉돌았다. 급기야 남북관계는 다시 살얼음판이다. 세 가지가 상징한다. 금강산 내 남측 시설물 철거 지시, 2022 카타르 월드컵 무관중 경기, 문 대통령 모친상 중 방사포 도발이다.

2년 반 동안 공을 들였음에도 무참한 결과다. 한반도 평화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평화가 경제다’는 선언은 실효적이다. 남북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국제 신인도와 국가 경쟁력이 좌우된다. 실질적인 중재자 역할을 찾아야 한다. 도발과 비상식적인 언행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비위를 맞추는 것만으론 남북관계 정상화는 난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정책은 약자를 위한 정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면 궤도수정은 당연하다. 과감한 정책 폐기도 고려해야 한다. 남북문제도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디에서 잘못됐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지향점이 옳다는 이유로, 또는 지금까지 쏟은 국력이 아깝다는 이유로 버틴다면 더 큰 시행착오를 부를 수 있다. 국민통합과 계층갈등 완화, 야당과의 소통은 절대적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악마의 대변인이 많아야 한다. 진영의 환호는 잠시 유예하고 상대편에 귀를 기울이자. 그럴 때 국민통합과 양극화 해소는 가능하다. 올라갈 때 못 본 꽃을 보려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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