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원로 및 전문가 진단] '임기 반환점' 문재인 정부…"용두사미 그친 J노믹스…경제도 정치도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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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박경은 기자
입력 2019-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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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 선후 관계 혼동...균형점 잃었다" 혹평

  • 최저임금 지나친 집중...기업투자 위축 불러

  • 복지개혁 부문 양호...외교안보 판단 유보

"경제도 정치도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오는 9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현주소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으로 대표된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는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용두사미에 그쳤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현실도 다시 한번 증명됐다.

정치는 87년 체제의 산물인 '중앙집권적 권력집중', '극한 진영논리'의 낡은 틀에 여전히 갇혔다. 한마디로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이다. 사회 갈등을 변증법적으로 승화·발전시키는 정치 리더십은 공백 상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악순환만 반복되는 셈이다.

공정 가치는 '조국 사태' 이후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청사진은 누더기로 전락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87년 체제와 97년 체제를 뛰어넘는 '포스트 신(新)질서의 신호탄'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진화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는 역주행의 역사를 의미한다.

이에 본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사흘 앞둔 6일 긴급 실시한 '정치 원로 및 전문가 제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결과를 평가하고 실현 가능한 생산적 대안을 모색했다.

'정치 원로 및 전문가 제언'에는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정대철 전 국회의원,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등 정치 원로와 신각수 전 주일대사 등 관료 및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이상 그룹별 가나다 순) 등 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전문가 12명 중 10명 "文정부 경제 평균 이하"

정치 원로 및 전문가 그룹이 가장 혹평한 분야는 역시 '경제'였다. 12명 중 10명(복수 응답 가능)이 J노믹스를 콕 집어 "실패했다", "효과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주된 원인으로는 '정책의 선후 관계 혼동', '정책 추진의 균형점 실기' 등의 답변이 많았다. 선택과 집중의 실패가 경제 정책의 참사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오는 9일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5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정책의 방향은 옳았지만, 결과는 참담하고 암울했다"고 평가했다.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도 문 대통령을 향해 "모든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경제 문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직언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가장 박한 점수를 받는 분야"라며 "최저임금 등 소주성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낮다. 지방 골목상권은 붕괴 직전이다. 한마디로 F"라고 비판했다.

잘못된 정책의 선후 관계가 소주성 실패로 이어졌다는 충고도 이어졌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지난 2년 반은 현실 경제에 맞지 않는 소주성 정책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이 방향 감각을 잃은 시간"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평균 이하'인 것은 확실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주성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혁신성장을 먼저 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대철 전 국회의원의 진단도 동일했다. 정대철 전 의원은 "소주성 정책이라는 게 결국 분배 정책이 아니냐"라며 "경제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지 않고 소주성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책의 균형을 실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의 균형점 상실은 '특정 정책의 과잉 대표화' 및 '정부 개입'으로 이어졌다. 시장을 무시한 이념지향적 '정책 추진의 화'를 가져왔다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 등 경제 분야의 개혁을 추진했지만, 속도 조절에는 실패했다"며 "그 결과 경제는 경제대로 성과를 못 내고, 다른 개혁에 집중할 힘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은 2018년 16.4%포인트(6470원→7530원), 2019년 10.9%포인트(7530원→8350원)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다가, 소주성 부작용 등이 확산하면서 내년도에는 2.9%포인트(8350원→8590원) 인상하는 데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주성 정책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가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부연했다.

◆"1%대 경제성장률…혁신성장으로 전환하라"

소주성 부작용은 경제성장률을 짓눌렀다. 최악의 경우 '올해 1%대 경제성장률 쇼크'가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둔화, '연간 성장률 2%대 사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1960년 산업화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를 하회한 것은 △제2차 석유파동 때인 1980년(-1.7%)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5%)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0.8%) 등 세 차례뿐이다.
 

6일 본지 '정치 원로 및 전문가 제언'에 참여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정대철 전 국회의원,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등 정치 원로와 신각수 전 주일대사 등 관료 및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윗줄 시계방향·그룹별 가나다 순). [그래픽=임이슬 기자]


특히 민간소비 증가분은 0.1%에 그쳤다. 전 분기(0.7%)의 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정부소비는 1.2% 증가했다. 민간 자본의 싹이 마른 셈이다. 기업으로 치면 '어닝 쇼크'다.

성태윤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1%대로 급락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며 "소주성 정책을 비롯해 정부의 경제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필상 교수도 "성장 동력과 창출 능력 회복 다음에 소주성 정책을 추진해도 늦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제대로 된 산업정책을 만들어 혁신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남재희 전 장관은 "경제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섣불리 방향을 전환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정책전환에 선을 그었다.

박상병 교수는 "소주성 정책은 바람직한 방향의 정책"이라며 "문제는 정책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나 '정책 집행'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을 반대할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그게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각론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설익은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최저임금이 소주성의 모든 것으로 포장된 점도 정책 실패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공급이 수요를 밑돈 상황에서 '수요부양정책'을 쓰는 것은 옳은 정책이다. 문제는 가계에만 집중하다 보니, 괜한 싸움만 일으킨 것"이라며 "소주성 대신 '수요부양정책'이라고 했다면, 충돌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과잉 대표되면서 기업투자의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조국 사태, 국민통합 저해…인사 난맥상 풀어라"

경제와 더불어 혹평을 받은 분야는 '국민통합'과 '협치'였다. 그 중심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민심 이반의 변곡점으로 이른바 '조국 사태'를 꼽았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 사태를 분기점으로 이전에는 통합, 이후에는 파당적 지도자 이미지가 굳어졌다"고 분석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조국 사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주창한 공정과 정의 가치를 스스로 차버린 사건"이라며 "검찰 개혁과 공정 개혁 등을 띄우면서 지지율이 회복하고 있지만, 내상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냉정히 평가하면, 취임 전보다 진영 간 분열이 더 극심해졌다"며 "정치권이 자기 지지층만 붙잡은 결과, 확증편향과 혐오, 배제 등만이 확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재희 전 장관도 "조국 사태에 집착할 이유가 없었다"며 "조국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모든 분야가 실패로 끝난 것"이라고 확언했다.

조국 사태의 단초가 된 인사 문제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인사 분야를 최악으로 꼽으며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을 조화롭게 하라는 중도층 지지가 촛불 정부를 수립하는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조국 사태를 맞으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한때) 급락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2명으로, 직전 역대 최다 기록이었던 이명박(MB) 정부(17명)를 크게 웃돈다.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협치 복원'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정대철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보수적인 인사도 같이 일할 수 있는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틀 DJ(김대중 전 대통령)'로 불렸던 한화갑 총재도 "DJ라면, 지금 당장 야권과 대화하고 협치했을 것"이라며 "DJ도 생전에 '대통령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국민과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복지·개혁 그나마 평균점…외교·안보 현재진행형
 

오는 9일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초부터 최근까지 국정 지지율 추세(한국갤럽 조사). [그래픽=김효곤 기자 ]


문재인 정부 정책이 혹평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복지 분야나 개혁 행보 등은 잘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외교·안보 분야 역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다만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최종 판단은 유보했다.

남재희 전 장관은 "서민 복지 등을 우선으로 챙긴 것은 잘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필상 교수도 "사회 양극화와 초고령화 등으로 빈곤층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 정책을 편 것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박상병 교수는 "검찰 개혁을 비롯해 권력기구 개혁이 완성되면, 정부의 엄청난 성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재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한반도 전쟁 위기 아니었느냐"라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올해 6·30 판문점 남·북·미 회동 등으로 남북 관계의 판이 달라졌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북핵 문제 등 남북 관계를 비롯해 한·미, 한·일, 한·중 등에서 커다란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외교도 D 학점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남방 정책은 잘한 것 같다"고 전했다.

남재희 전 장관은 "외교 분야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며 "특히 북핵 문제는 본래 어려운 분야"라고 반론을 폈다.

명분과 실리의 외교도 주문했다. 한화갑 총재는 "핵담판은 후속 북·미 정상회담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만 대미·대일 외교는 '명분이냐, 실리냐'의 싸움인데, 이제는 명분도 실리도 동시에 추구하는 외교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임기 절반이 남은 문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차재원 교수는 "2017년 5월 10일은 국민통합의 날이었다"며 "만기친람과 선을 긋고 탕평 인사를 통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갑 총재는 "국민 통합을 위해서 반대자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병 교수는 "국정 난맥상을 풀 키는 역시 정치"라며 "군림하는 청와대가 아닌 협치와 상생의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인데, 인적 쇄신을 통한 압승으로 레임덕(권력누수)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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