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랠리' 따라간다는데… 비트코인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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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19-11-0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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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불확실성 커지며 안전자산 부상

  • 올 5~7월 금 시세와 동조화 현상 뚜렷

  • 가격 변동성ㆍ정부 규제 등 리스크 여전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이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金)' 혹은 '유사 국채' 특징을 나타내면서 위험회피 성향이 커질 때 상승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각국 통화가치에 연동되지 않고 희소성이 있는 데다, 경기침체 영향도 덜 받는다는 점에서 금과 유사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안전자산과 비교하면 아직 보편적 안전자산으로 간주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 비트코인=안전자산?

글로벌 마켓 리서치 플랫폼 BNN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중 무역협상 등 불확실성이 강해진 올 5~7월 금 가격과 비트코인 시세의 상관계수는 0.827에 달했다.

지난 1년간 상관계수가 0.496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동조화 현상이 강해진 것이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간 연관성이 밀접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금 또는 미 국채처럼 위험회피 성향이 커지면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로 불안이 완화되면 하락하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급등하던 비트코인은 최근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꺾였고, 뒤이어 금 가격도 상승세가 주춤했다.

이는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주식, 채권 등 대다수 자산가격들이 고평가된 것으로 인식된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는 비트코인이 투자대안으로 부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수년간 주요국들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자산가격 상승세가 지속하며 세계주가와 채권의 최근 가격은 최고가에 근접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2017년 폭등 이후 큰 폭의 가격조정이 나타났기 때문에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투자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화됐다.

중국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 샤오레이도 금과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글로벌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금과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 올랐다"며 "이는 비트코인이 새로운 위험회피 수단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아주경제]


◇ 안전자산 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비트코인의 안전자산화(化) 주장에도 여전히 ▲과도한 변동성 ▲부정적 이미지 ▲엄격한 규제 등의 문제에서는 기존 안전자산들과 거리가 있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은 7월 중순 120%에 달하며, 1개월 역사적 변동성을 산출해도 50%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변동성이 13%, 세계주가 10%, 달러 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안정되지 못하고 급등락을 거듭하는 흐름을 보인 셈이다.

암호화폐 업계의 노력에도 건전한 투자상품보다는 자금 세탁의 도구, 혹은 투기수단으로서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각국은 규격화된 시스템 하에서의 비트코인 거래는 일부 허용하면서도 기존 금융시스템 위협, 자금세탁 활용 가능성 등을 우려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는 "암호화폐는 화폐나 금융자산이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 짧은 역사도 비트코인에게는 약점이다. 2008년 탄생해 자산으로 대우받은 것은 10여년에 불과하다. 6000여년간 안전자산 지위를 확고히 해온 금과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수많은 검증과 거래제도 보완, 사회적 통화로 인정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유로퍼시픽캐피탈의 CEO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피터 시프는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금을 앞지를지 모르지만 전반적으로는 금과 은이 앞서고 있다"며 "귀금속에 투자하는 것이 비트코인 투자보다 덜 위험하며 상승 잠재력도 훨씬 크다"고 밝혔다.

◇ 안전자산될 가능성은

비트코인 취약점이 당장 해결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시일 내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확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다소 축소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만든 암호화폐 선물거래소 벡트에 선물거래 상품도 상장되는 등 일부 긍정적 진전이 나타나고 있지만, 각국 감독당국은 오히려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앞으로 투자자 보호 등 암호화폐 투자 관련 법과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적극성을 나타낼 가능성은 있다.

지난 5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가 미국 기관투자자 400여곳을 서베이한 결과, 응답자의 22%가 이미 암호화폐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47%는 향후 5년 내 투자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 메리트가 존재할 경우, 금융불안 상황 시 헤지수단으로 국지적 수요가 수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보유나 접근이 다른 자산에 비해 비교적 쉽다는 점에서 위험에 대한 헤지수단 기능을 기대하고 있다.

금 선물과 비트코인 선물의 미결제약정 움직임이 비교적 비슷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 역시 위험헤지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절대 규모 면에서는 금 선물에 크게 못 미치고 있지만, 입지만 굳힌다면 충분히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연구원은 "앞으로 기존 금융시스템을 대체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겠지만, 각국의 규제 등으로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간주한 투자는 당분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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