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강국, 기술독립이 만든다]<전문가 진단-끝>"원천기술 투자ㆍ선순환 생태계 조성 정부가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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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황재희·김태림 기자
입력 2019-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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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비해 월등한 성장"…선진국과의 경쟁력에선 의견 갈려

  • 국유특허 통한 기술독립 아직 부족…홍보와 수요자 중심 기술 개발 나서야

 
 

[사진=각 전문가 제공/ 그래픽=김효곤 기자]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기술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후퇴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됐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우 외국 기술의 관행적 사용으로 국유특허 기술마저 외면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술독립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본지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긴급 진단한 결과 활용 시스템의 부재, 산업화와 낮은 연관성 등이 국유특허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됐다. 특히 어떠한 국책 연구기관이 국유특허를 보유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다만 선진국과 겨뤄 기술독립을 할 역량을 갖췄다는 전망과 아직 기술격차가 4~7년으로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독립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없는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 등 정부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농촌진흥청 등 제약·바이오산업 관련 부처들은 원천기술에 대한 홍보와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 등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바이오·제약 기술독립, “역전 가능” vs “역량 차이 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의 현주소는 어느 정도까지 도달했을까. 3일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은 과거에 비해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 다만 기술독립을 이룰 정도로 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부문 상무는 “이제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충분한 기술력과 인력이 확보돼 기술독립을 확립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역사가 길지 않아 기초연구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기술 독립성이 특별히 취약한 상태는 아니다”고 짚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기술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선두에 나서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최소 4년으로 분석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협력실 이사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를 근거로 “제약바이오 쪽을 보면 미국을 100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대략 70정도로 이는 4~5년 정도 뒤처진 셈”이라면서 “이건 쉽게 극복하기 힘든 차이”라고 설명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도 “기술 격차를 4~7년으로 보고 있다”면서 “연구개발 투자 역량과 규모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격차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바이오·제약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기술력을 갖추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원천 기술로 들어가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박정규 서울의대 교수는 “바이오시밀러를 기술적 측면에서 선진국과 비교하면 70% 이상 될 것이지만 원천기술이나 원료개발에서는 50% 미만”이라고 평가했다.

◆“국유특허, 기술독립 이루기엔 상용화·시장성 낮아”

그렇다면 기술독립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유특허를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이미 지난 4월 특허청, 농촌진흥청 등 국유특허 유관 9개 기관이 나서 ‘2019년 국유특허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낮은 활용도로 ‘유령특허’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허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유특허의 특허 활용률은 21.8%였다. 국유특허는 2011년 2598건에서 지난해 6873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활용률은 2011년 17.1%에서 2018년 21.8%로 8년간 4.7%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국유특허를 보유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정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오기환 상무는 “(정부가) 시장의 흐름과 맞지 않는 특허가 양산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며 “국유특허의 거래 방식 유연성도 한번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흐름에 맞는 국유특허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정규 교수는 “국유특허의 낮은 활용도는 중요한 원천기술과 연관되어 있지 않거나 산업화와 직접 관련이 낮은 특허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 실장은 “특허보유기관의 활용 가이드라인과 공시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동시에 초기 단계에서부터 산업계와 소통체계를 마련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바이오산업, 선순환 생태계 필요”

전문가들은 산업현장, 학계, 정부가 맞물려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소통채널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이사는 “민간, 국책기관, 학계 등 자유롭게 소통하고 서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성과, 투자만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많은 인재들이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연구할 수 있게 하고, 그 성과를 기업들이 일자리, 매출 등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투자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현장, 학계, 정부 모두의 고민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 상무는 “해외의존도가 높은 제품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해외 진출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산업계, 학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원할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등지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바이오산업은 대규모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는 산업이라는 특성으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다만 연구개발, 조세지원 등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은 사라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유특허 수요자 찾고, 선순환 생태계 조성 나설 것”

전문가들의 조언에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농촌진흥청 등 제약·바이오 및 국유특허 유관부처는 기술 홍보에 나서고,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김영호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제약·바이오 산업계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면서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기본적인 산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전문 인력들이 산업현장에 적시에 투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국유특허 유관 기관인 농진청 또한 수요자 중심의 국유특허 개발 및 홍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장안철 농촌진흥청 성과관리과 연구관은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과 개발기술의 기획마케팅·홍보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산업체와 간담회를 통해 개발기술 등의 현황을 공유하고 기술 수요를 발굴해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이달 동국제약, 일동제약, 한국콜마 등 32개 업체를 대상으로 개발기술에 대한 설명자료를 제작해 찾아가는 기획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장 연구관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전국 농업기술원 등과 공동으로 수요자 맞춤형 기술 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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