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인구감소期 주택.학교.정부 축소 플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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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9-10-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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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교수]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의하면 2019년은 사망자 수와 출생아 수가 교차되는 해이다. 즉, 사망자 수가 31만4000명으로 출생아수 30만9000명을 넘어서게 되어 국제인구이동이 없으면 인구가 감소되는 첫해가 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인구동향에 의하면, 1∼8월의 출생아 수는 20만819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하고, 사망자 수는 19만3508명으로 3.3% 감소하여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조만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8월까지의 추세가 이어지면 금년도 합계출산율은 0.91로 2018년 0.98보다 더 악화되고, 출생아 수는 30만명 이하로 감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70년대 초 한해 100만명 넘게 태어나던 시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지만, 1983년 이후 합계출산율이 2.0 이하로 하락한 이후 출생아 수 감소 추세가 반전되지 않고 있다 보니 이제 위기감마저 무뎌지고 있다. 정부도 2005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필두로 지난 14년간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직면하다 보니 이제는 인구정책을 포기한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다.

과거에는 출생과 사망은 인간이 어떻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재는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게 되었다. 결혼 여부도 임의적이고, 임신할지 여부도 임의적으로 되었다. 죽는 것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명치료를 할 수도 있고 중단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한 나라의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다수 국민의 결정 결과인 인구변화를 정부가 나서서 바꾸어 놓은 것은 애당초 어려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부의 저출산정책을 신중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정부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과는 별개로 급속한 인구변화에 국가적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 구조는 현재의 인구인 5000만명에 적합하도록 개발 확장하여 왔다. 통계청의 전망대로 향후 인구가 4000만명으로 감소한다면, 4000만명에 적합하도록 경제 사회 전반을 재설계하여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것이다. 도로·항만뿐만 아니라 전력·수도 등 각종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이는 투자 총량을 감소시키는 것을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제개발도 1970년부터 계산하더라도 2020년이 되면 50년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만들어졌던 각종의 시설들이 노후화되고 있어 이를 보수하는 것만 해도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규도로 증설 이전에 노후화된 도로부터 든든히 새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기·수도·가스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때, 원래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될 환경에 맞추어 재설계해야 한다. 또한 이제까지는 종합계획 없이 전기·수도·가스 각각 따로 만들어 왔다면, 이제는 이들 인프라를 통합적·효율적으로 재구축해 나가야 한다. 민간 주택도 거시적 시각에서 조정되지 않으면, 일본처럼 빈집은 빈집대로 늘어나면서 수급은 불균형인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이 분명하면, 이에 맞추어 학교 수도 계획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하고, 시청·구청·군청 등 공공건물도 인구 감소에 따른 행정조직 변화 예상에 따라 감축해 나가야 한다.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공무원 수·교원 수·군인 수 등도 인구가 감소하면 이에 맞추어 조정계획이 분명히 나와야 하는데, 공무원 수 등을 오히려 늘리는 정책은 이해하기 어렵다. 세금을 주로 부담하는 인구가 감소하면 정부도 작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각종 사회제도도 문제가 심각해진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미래세대가 부모세대를 부양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분명한데도, 그때 가면 수가 있겠지 하고 그냥 넘어가고 있다. 건강보험은 더 심각하다. 건강보험은 적립기금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인구 노령화의 태풍을 가림막도 없이 맨몸으로 맞이해야 할 판이다. 국민연금이든 건강보험이든 미래 인구변화에 가장 민감한 제도인 만큼 인구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

인구감소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인구감소에 국가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더 우려된다. 국가가 할 일은 명확하다. 인구수를 무리하게 변동시키려는 것보다는 인구 변동에도 지속가능한 국가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아직 출생아 수가 많았던 시대에 태어난 세대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시기에 국가 재구축이 완성되어야 영광스런 대한민국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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