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 <41>​] 축구 '평양 악몽'과 남북 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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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입력 2019-10-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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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월드컵 예선전은 한반도 평화 무드 기대를 무참히 깬 최악의 경기였다. 북한은 승부에서 지지 않기 위해 교묘하고도 악랄한 짓을 일삼았다(결과적으로 0대0 무승부). 지난 1월 카타르와의 월드컵 예선에서 0대6으로 완패,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크게 질책을 받은 북한 당국자들은 “무승부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져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배수진을 치고 한국전에 대비했다.

한국 선수들을 피곤하게 하고 긴장시켜 얼을 빼기 위해 평양 공항에서부터 강경책을 썼다. 소지품을 전부 적어내야 했고, 일일이 검사받느라 통관에만 3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고기, 해산물 등 선수단 음식 재료 3상자를 빼앗겼다. 빨리 뛰는 수준의 속도인 시속 30km로 거북이 걸음을 한 버스안에는 북한 요원을 배치시켜 선수들에게 위압감을 줬다. 호텔에선 거의 감금당했다고 한다.

관중 한 명도 없는 유령 경기장에 군인들만 있는 광경은 선수들을 질리게 했다. 경기는 축구가 아니라 전쟁이었다. 공과 상관없이 몸싸움을 걸었고, 거친 욕설까지 난무했다. 우리 선수들은 “부상없이, 사고없이, 거기에다 지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이날 경기는 남북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2020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에 당장 적신호를 울렸다.

나아가 침체에 빠져있는 한국 경제에 활력이 될 수 있는 ‘평화 경제’에도 엄청난 브레이크가 걸렸다.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은 꿈도 꾸지 못할 지경이 됐다.

하지만 남북 경협은 꼭 이뤄져야 한다. 남북한 긴장 관계를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 교류부터 다시 물꼬를 터야 한다.

북한이 초강경으로 나온다고 우리가 대화의 빗장을 걸어 잠글수는 없다. ‘축구 평양 악몽’은 언젠가 잊혀질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T/F(테스크 포스)팀’을 가동해서라도 스포츠 교류의 첫발을 다시 떼야 할것이다. 물론, 북한은 언제든 돌변할수 있다는 전제하에 치밀한 전략과 대책을 갖춰야 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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