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칠레에서 온 60대 환자, 2대1 생체간이식으로 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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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9-10-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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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아산병원, 두 사람 간 일부를 각각 기증받아 이식수술 진행

남미 칠레에서 한국을 방문해 두 딸로부터 기증받은 간으로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알베르토 병실에 가족들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이 모여 퇴원을 축하해주고 있다. 왼쪽부터 첫 번째가 알베르토 씨의 아내, 세 번째가 이승규 석좌교수, 여섯 번째가 환자의 누나, 여덟 번째가 환자의 막내딸 아니타 이시도라(23세, 기증자), 아홉 번째가 송기원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은 남미 칠레에서 온 60대 간암환자에게 생체간이식 수술을 실시해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최근 칠레에서 토목 기사로 생계를 꾸려가던 알베르토(ALBERTO,62세) 씨에게 두 딸의 간 일부를 각각 기증받아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알베르토는 지난해 9월 극심한 피로와 황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말기 간경화와 간암을 진단 받았다. 혈전에 의한 간 문맥 완전 폐쇄와 이미 담도에도 간암이 침범해 요양병원에서 삶을 마무리 하도록 안내 받았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에서 2차례 간이식 연수를 받았던 에콰도르 출신의 간이식외과 의사 라울 오레아스(RAUL OLEAS,50세)가 알베르토에게 서울아산병원을 소개했다.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은 2000년 3월 간경화 말기로 1년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50대 가장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처음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한 사람의 간 기증으로 충분치 않거나, 남은 간의 용적으로 기증자의 생명에 조금이라도 위험이 따를 수 있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수술로,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고심 끝에 세계 최초로 고안한 방법이다.

미리 연락을 받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3월 중순 알베르토의 진료기록과 영상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알베르토와 그의 가족은 한국행을 결심했고, 올해 3월 25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입원 당시 알베르토는 간부전에 의한 황달 수치가 심하게 높았고, 대량의 복수와 혈액응고 기능 장애, 간성혼수 증상까지 보였다. 알베르토 아내와 3명의 딸 모두는 서둘러 간 기증자 적합 검사를 진행했다.

혈액형이나 조직적합성 여부가 가장 잘 맞는 사람은 첫째 딸(바바라 크리스티나,34세)과 막내딸(아니타 이시도라,23세)로 확인됐다. 지난 4월 8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두 딸의 간을 기증받아 알베르토의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첫째 딸의 간 좌엽 기증 수술은 최소 절개 기법을 이용해 복부에 10cm 미만의 작은 절개부위만 내어 간 일부를 절제했고, 막내딸의 간 우엽 기증 수술은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로 흉터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 성공적으로 절제했다.

귀국을 앞둔 알베르토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한 두 딸과 오랜 기간 간병으로 고생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서울아산병원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 준 곳이다. 평범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간이식팀 모든 의료진들과 간호사들은 평생 나와 가족들에게 감사와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지구 반대편 남미 칠레에서 가까운 미국을 가지 않고 한국을 찾아온 것은 국내 간이식 수준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며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기술이 전 세계 간이식계의 발전을 선도하고, 전 세계 말기 간질환 환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4차 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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