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회계 전문성 없는 변호사가 국민 대신해 세금 신고 할 수 있는가?

원승일 기자입력 : 2019-09-25 06:05
원경희 한국세무사회장

원경희 한국세무사회장. [사진=한국세무사회]

일반 국민은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각종 세금을 부담하고, 그렇게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라를 운영한다.

세제도 많이 바뀌었고 이를 운용하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 정부가 직접 세금을 부과하던 방식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세제가 발전함에 따라 납세자가 신고납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매년 세법이 개정되고 복잡한 세금 산출 방법 때문에 국민(납세자)이 직접 신고하고 납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불편하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 문제를 대신해 돕고 신고까지 해주는 전문 자격사가 바로 세무사다.

세무사 제도가 창설된 1961년부터 초기에는 부족한 세무 서비스를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했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은 세무사시험에 합격하고 등록한 세무사들이 1만3000명에 이르고, 세무 분야에서는 세무사들의 실력이 최고라고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1시험 1자격이라는 전문 자격사제도의 취지에 따라 2004년부터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은 주되 세무사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2018년부터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를 아예 폐지해 그야말로 전문 자격사제도의 취지에 맞게 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만 세무사 등록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 2004년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주되 세무사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개정된 세무사법에 대해 변호사가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2018년 4월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즉,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에게 세무 대리업무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문 자격사 세무사제도의 취지에 맞게 세무 대리 전문성과 능력, 전문가 규모, 세무사·공인회계사·변호사 등 직역 간의 이해 등을 고려해 범위를 정해 2019년 말까지 입법자로 하여금 입법을 보완하라고 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헌재의 결정에 따라 변호사에게 세무사의 직무 중 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제외하고 세무 조정업무는 허용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법무부가 강력히 반대해 국무회의 상정마저 못 했다.

이후 법무부의 계속된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올해 8월 기획재정부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변호사에게 세무조정은 물론 장부 작성, 성실신고 확인 등 세무 대리 업무의 전부를 허용하는 안이다.

이렇게 변호사에게 세무 대리업무 전부 허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왜냐하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한 변호사는 납세자를 도울 충분한 전문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 시험에 회계에 관한 시험이 없고 세법도 선택과목인데, 이마저도 합격한 변호사의 2% 정도만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변호사는 본인의 세금 신고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고 세무사에게 맡기는 현실인데, 어떻게 납세자의 권익을 보장하고 대변하겠다는 것인가? 제대로 된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주장대로 국민의 서비스 선택권만 넓힌다고 될 일인가?

정부 입법안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세무사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며, 무소불위의 변호사 이기주의에 편승해 세무사 제도를 퇴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 1만3000 세무사는 변호사들이 할 수 없는 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등 세무 대리업무 전부를 변호사에게 허용하는 개정안에 분노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무사제도의 정당성을 지켜내며 진정으로 국민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변호사들이 할 수 없는 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등은 제외하고, 세무조정도 교육과 시험에 합격해야 등록할 수 있는 공정하고 정의롭고 올바른 세무사법으로 개정되도록 세무사들은 모든 힘을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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