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쿠팡 잇따른 대규모 적자... 난항에 빠진 '손정의 비전펀드 2호'

강일용 기자입력 : 2019-09-23 15:08
위워크 9월 상장 무기한 연기, 시장 점유율 강조하는 손정의 회장 투자 방식에 의문 제기 비전펀드 2호 앞날도 불투명해질까 우려... 결국 CEO 교체라는 '수술칼' 꺼내 들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080억 달러(약 128조9000억원) 규모로 추진할 계획인 초대형 펀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2호(이하 펀드 2호)'가 난항에 빠졌다. '우버', '슬랙' 등 비전펀드 1호(이하 펀드 1호) 투자 기업이 계속된 부진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다 '위워크'의 올해 상장 계획도 무산되는 등 펀드의 수익성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 이익을 보는 벤처캐피털의 기존 투자 방식 대신 시장 지배력을 보는 손 회장 특유의 투자 방식도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소프트뱅크 제공]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펀드 2호에 추가 투자 없이 1호에서 올린 수익을 재투자할 방침이다. 아부다비 국부펀드도 펀드 1호에 150억 달러를 투자했던 기존의 적극적인 모습에서 돌아서서 투자액을 100억 달러 미만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유력 투자자들의 소극적인 모습은 펀드 1호가 20억 달러를 투자한 미국의 사무실 공유 업체인 위워크의 9월 상장이 무산된 여파로 분석된다. 위워크는 지난해 18억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16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과 적자도 각각 15억3500만 달러, 6억8970만 달러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다. 위워크의 이러한 대규모 적자는 건물주와 리스크 분배 없이 위워크가 홀로 공실에 따른 손해를 감당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손 회장은 위워크의 기업 가치를 470억 달러로 평가하고 16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프트뱅크와 펀드 1호가 각각 80억달러씩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1월 위워크의 수익성이 낮다는 사실이 밝혀지만서 내부 반발에 직면해 펀드 1호의 투자금은 20억 달러 수준에서 멈췄다.

실제로 상장을 앞두고 미 증권가의 기업 가치 평가를 받아 보니 위워크의 가치는 손 회장이 예상한 것의 3분의1 수준인 150억 달러에 불과했다. 2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상장도 연말로 미뤄졌고, 이마저도 실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손 회장의 핵심 투자 전략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승자 독식이다. 시장 점유율이 50~80%에 달하는 기업이라면 설령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회사 규모를 키워 시장을 장악하면 그동안의 손해는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위워크를 비롯해 우버, 디디추싱, 쿠팡 등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에 꾸준히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워크의 상장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시장에선 손 회장의 투자 방식에 대한 의문부호도 함께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펀드 1호 투자로 상장한 기업 6곳 가운데 4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며 "우버와 슬랙의 경우 각각 25%, 36%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익은커녕 원금 회수조차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펀드 1호를 통해 27억 달러를 투자받은 쿠팡의 상황도 매한가지다. 지난해 쿠팡은 매출 4조4227억원, 영업손실 1조97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 확대도 당초 계획과 달리 네이버, 신세계, 이베이코리아 등에 막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결국 손 회장은 창업자를 존중해 경영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기존 투자 방침을 철회하고 투자자를 위한 수술칼을 꺼내들었다. 방만한 경영과 독재적 지배구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애덤 뉴먼 위워크 창업자 겸 CEO를 한직으로 몰아내고, 영업이익을 최소화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새 CEO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 등 미 경제지에 따르면, 손 회장을 포함해 소프트뱅크 이사진은 뉴먼 CEO를 비상임 회장으로 보내고 새 CEO를 영입하는 안건을 추진 중이다.

이는 과거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상장을 추진하면서 트래비스 칼라닉 창업자를 퇴출하고 다라 코스로샤히를 CEO로 영입해 우버 상장을 추진한 우버의 대주주 벤치마크캐피털의 전략을 연상시킨다. 벤치마크캐피털은 펀드 1호와 함께 위워크의 주요 주주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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