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수명차이 없는 세상은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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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19-09-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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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6)

[박상철 교수]



<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퓨처)’ 시리즈 연재를 시작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기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투더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편집자주>

남녀 수명차이 없는 세상은 꿈이 아니다.

남녀간의 수명차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학계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우선 남녀간의 생물학적 차이에 주목하였다. 여성의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보다 생체보호적 기능을 갖는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산화적 손상설이 노화학설의 주요 기전으로 등장하면서 여성은 생리적 월경을 통하여 체내 철분을 감소시킴으로써 철분에 의한 유해산소발생을 상대적으로 저하시키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등장하였다. 또한 여성 X염색체에는 DNA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가 있으며, 최근에는 생체노화가 정지하는 현상을 보이는 유태복합증후군의 유전자도 X염색체에 있음이 밝혀져 여성의 유전적 우수성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뇌의 해부학적 측면에서도 좌반구와 우반구 간의 소통을 담당하는 신경망인 뇌량이 남자보다 여자 쪽이 약 10% 더 크기 때문에 여자들은 양쪽 뇌를 원활하게 사용하여 환경에의 적응과 감정적인 적응력이 높아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며, 뇌가 손상되었을 때 복원이 유리하다는 가설도 제안되었다. 그러나 남성이 여성보다 위험한 환경에 노출빈도가 높다는 실제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생물학적 차이 이외에 사회문화적 차이도 중요하게 등장하였다.

백세인 조사에서 보면 남성 장수 지역은 지형이 험하고, 춥고 강설량이 많은 지역인 반면, 여성 장수 지역은 지형이 험하지 않고 비교적 온난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조사결과도 여성장수 지역인 오키나와는 해양성으로 기후가 따뜻한 지역인 반면, 남성 장수 지역인 나가노현은 산악지역이고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생태와 기후 특성이 주민의 생활패턴에 영향을 주고, 남녀의 서로 다른 행동양식은 환경적 요인에 대한 대응을 서로 다르게 유도하여 남녀 간의 장수도 차이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남녀별 차이를 사회 환경 생태 문화의 지표로 분석하여본 결과, 지역의 평균 표고, 강우량, 삼림률, 기온, 지방세 납부액, 의료시설과 의료인 숫자,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율 등 지표들은 오직 여성 장수도와 상관관계를 보였을 뿐 남성 장수도와는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않았다. 즉 여성 장수도가 환경순응적 특성을 보여준 반면, 남성 장수도는 생태, 경제, 사회환경 요인과는 전연 상관없는 독립적인 특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역에 따른 장수 패턴이 최근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세계적 장수지역으로 알려진 오키나와도 과거에는 장수도가 남녀 공히 세계 및 일본 전역에서 최고였지만 지난 2004년도부터 남성 장수도가 일본의 47개현 중 26위로 밀려 유명한 “26 Shock"이라는 사건이 벌어졌다. 젊은이들의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생활패턴이 자동화됨으로써 노동량이 줄어들고 사회활동 패턴도 바뀌어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활동을 주로 하는 남성의 경우 이러한 문화적 영향을 더욱 크게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수도가 문화적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사례들을 들어보자. 우선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남녀의 역할, 특히 고령자의 경우 그 역할 차이는 분명하였다. 여성 노인의 경우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집안일 동네일에 품앗이를 아끼지 않고 살아 왔으나 남성 노인의 경우에는 제반 업무에서 벗어나 편안과 휴식을 주로 하는 방관자적 삶을 살아왔으며 전형적인 피부양적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반면 남녀 장수도의 차이가 없는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문화적 전통의 중요성을 새삼 배울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랭카스터 지역의 애미시 마을주민들은 스위스에서 이주해온 청교도들의 후손으로 아직도 마차 타고, 곡괭이로 농사 지으며 가족중심체제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남녀의 장수도 차이가 거의 없다. 또한 남녀 수명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은 집단으로는 아랍의 이슬람계가 대표적이다. 남자의 경우 금주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매일 적어도 다섯 차례씩 코란을 외우며 메카를 향하여 경배를 드리는 육체적 정신적 운동을 지속하며 규칙적 생활을 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서구에서도 백세인의 남녀 비율이 거의 같은 지역으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지방의 남성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매일 산에 올라가서 양을 키우면서 살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례는 중국의 신장성의 장수패턴이다. 이 지역의 백세인 남녀비는 남성이 여성의 두 배가 넘는 매우 특별한 지역이다. 중국에 속하면서도 이슬람문화를 지닌 신장성 주민의 생활패턴은 유교, 도교, 이슬람문화가 복합되어 성별 장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하다.

세계 여러 지역의 남녀 장수도 차이를 비교해 보면 비록 생물학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수도와 평균 수명의 성별 차이가 불가피한 엄정한 진리가 아니라 극복 가능한 현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의 선천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남성도 후천적 생활습관 개조를 통하여 장수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여성은 환경순응적인 반면 남성은 문화적응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남성의 장수도를 고양하기 위한 대안은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 지역사회는 사회환경요인인 상하수도, 전기, 도로망, 위생상태, 의료시설 등을 크게 개선하여 평균 수명연장은 물론 초장수인의 증가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이러한 일반적인 수명 개선에도 불구하고 남녀간 장수도의 괴리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문화적 접근이다. 가부장적 남성 우월적 개념을 버리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기능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참여를 유도하고 이웃과의 관계 형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의 개발이 남성 장수도를 여성 장수도에 버금가게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이다. 생물학적으로 엄연한 차이가 있을지라도 사회적 문화적 개선노력이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장수와 같이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 과학적 대책을 통한 보완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문화적 대책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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