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내 생애 최고의 생일”…‘LPGA 전설’ 소렌스탐과 ‘환상의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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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서민교 기자
입력 2019-09-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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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양양서 열린 설해원 레전드 매치서 극적 우승


통산 238승, 메이저 31승, 총상금 9348만3564 달러(약 1113억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전설들과 현역 선수 8명이 합작한 위대한 기록들이다. 이들이 강원도 양양 설해원 골든비치에 모여 진귀한 샷 대결을 벌였다. 좀처럼 보기 드문 레전드 매치 포섬 경기 우승의 주인공은 LPGA 투어 통산 72승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호흡을 맞춘 세계랭킹 2위 박성현이었다.
 

[서로 격려하는 아니카 소렌스탐(왼쪽)과 박성현. 사진=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소렌스탐-박성현 조는 21일 열린 이벤트 대회 설해원‧셀리턴 레전드 매치 포섬 경기(두 명이 공 하나로 번갈아 치는 방식)에서 2오버파 74타를 적어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박세리 도쿄올림픽 골프 감독, 줄리 잉스터(미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소렌스탐 등 세계 여자골프 전설들과 박성현, 렉시 톰슨(미국), 아리야 쭈타누깐(태국), 이민지(호주) 등 현역 톱랭커들이 2인 1조로 팀을 이뤄 샷 대결을 펼쳤다.

팀 구성은 대회 개막에 앞서 진행된 팬 투표에 따라 박세리-톰슨, 소렌스탐-박성현, 잉스터-이민지, 오초아-쭈타누깐으로 정해졌다.

승패가 중요한 대회가 아니었지만, 오랜 만에 경기에 나선 전설들은 샷을 할 때만큼은 진지했다. 실수가 나왔을 때 민망한 웃음을 터뜨리고, 동료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것만 달랐다. 세월이 흘러도 녹록치 않은 실력을 과시한 전설들의 샷에 정규투어를 방불케 한 수많은 갤러리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승부는 극적이었다. 일찌감치 박세리-톰슨, 잉스터-이민지 조가 우승권에서 멀어진 가운데 소렌스탐-박성현 조와 오초아-쭈타누깐 조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다. 박성현-소렌스탐 조는 마지막 2개 홀을 남기고 1타 차로 뒤진 2위였다. 하지만 오초아-쭈타누깐 조가 17번 홀(파4)에서 1타를 잃는 바람에 공동 선두를 허용해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승부가 갈렸다.

마지막 홀에서 쭈타누깐이 세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뜨렸고, 오초아가 벙커 샷 실수로 그린을 넘기면서 위기에 몰렸다. 반면 박성현이 안전하게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면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결국 오초아-쭈타누깐이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고, 버디 퍼트를 놓친 소렌스탐 대신 박성현이 챔피언 파 퍼트를 성공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경기를 즐기는 전설들, 줄리 잉스터(왼쪽)와 박세리의 하이파이브. 사진=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오초아-쭈타누깐 조는 3오버파 75타로 2위에 만족해야 했고, 잉스터-이민지 조가 4오버파 76타로 3위를 차지했다. 박세리-톰슨 조는 첫 홀에서 트리플 보기로 잃은 타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9오버파 81타에 그쳤다.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은 “정말 뜻 깊은 하루였고, 소렌스탐 선수와 치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며 “오늘 들은 조언들이 내 골프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26번째 생일을 맞은 박성현은 경기 도중 전설들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기도 했다. 박성현은 “소렌스탐 선수가 노래도 불러주셨는데 26년 생애 최고의 생일이었던 것 같다. 꿈만 같았다”고 감격했다.

소렌스탐도 “정말 재밌게 플레이 했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며 웃은 뒤 “골프 코스도 정말 마음에 들고 팬들 성원도 감사드린다. 다른 선수들을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였고, 필요할 때 박성현 선수가 잘해줘 고맙다. 이 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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