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 70년]’혈맹’에서 ‘전략적 순치’까지… 북·중 관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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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9-09-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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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⑦중국과 북한은 혈맹인가

‘피로 맺어진 조·중(북·중) 두 나라 인민들 사이 불패의 친선단결 만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평양 시내에 내걸렸던 문구다.

북·중은 중국 건국 70주년이자 북·중 수교 7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올 들어 밀착관계를 더욱 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연초부터 열차로 중국을 3박 4일간 방문했고, 시 주석도 6월 평양을 찾았다. 이달 초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방북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논의했다. 미·중 무역전쟁, 북·미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긴장감이 한창인 가운데 두 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잦은 교류로 우호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물론 양국 관계가 항상 올해 같았던 건 아니다. 북한이 연이은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면서 북·중은 한동안의 냉각기를 거쳐, 전통적 우호관계마저 파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촉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나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회복됐다.

양국은 평양에 내걸렸던 광고판 문구처럼 혈맹임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국이 관계를 회복한 것은 전략적인 밀착이라고 진단한다. 남·북·미 관계 변화에 따라 각자의 ‘입술’과 ‘이’가 더 필요하게 되자 전략적으로 관계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양국관계가 피로 맺어진 ‘혈맹’이나 단순한 ‘순치(脣齒·입술과 이) 관계’가 아닌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전략적 순치관계’로 변화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6월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방문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갈등과 화해 반복한 북·중 관계 70년史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6·25전쟁 이후 중국이 북한의 재건에 상당한 물자와 인력을 지원하면서 공고해졌다. 1954~57년 중국은 북한에 3억2000만 달러 규모의 무상 원조를 제공했다. 양국은 북한 김일성 주석 집권 기간 내내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김 전 주석은 1959년 9월 중국 건국 10주년을 맞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조선과 중국 인민은 친근한 형제이며, 양국 인민의 운명은 분리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이런 밀월관계는 1961년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로 이어졌다. 중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나라는 지금까지 북한이 유일하다.

다만 김일성 사망 후 양국 관계는 다소 흔들렸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중국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드러내기도 했으며, 중국의 반대에도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런 관계는 김정은 집권 이후 더 악화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후 2017년까지 단 한 차례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중국은 일관적으로 북한에 핵실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핵실험을 계속해 왔다. 집권 이후 중국 방문 전까지 약 90차례 미사일 발사 시험을 단행했다. 특히 2017년 중국 샤먼에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북한이 단행한 미사일 발사는 시 주석을 격노케 했다. 시 주석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중국을 모독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이후 북한과 무역 관계를 대부분 단절했다.

이랬던 북한과 중국의 분위기가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서로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한 것이다.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집권 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최고의 국빈 대접을 받은 이후 양국 정상이 같은 해 5, 6월 잇달아 만남을 갖는 등 양국 관계는 빠르게 회복됐다.
 
 지난 1월 4차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돕고 보호하는 단순한 관계 벗어나...상호 전략적 '카드'로만 활용될 수도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여러 차례 양국의 관계를 '순치관계'라고 표현했다. 입술과 이처럼 이해관계가 밀접하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도 양국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외신들은 양국 관계가 더 전략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안보 매체인 더디플로맷은 지난해 북·중 관계를 정리하면서 “북·중 관계는 이념적이고 감정적인 혈맹보다는 순치에 더 가까웠는데, 최근 양국이 미국과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그 관계가 조금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가운데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중국이 북한과의 접촉을 시작했고, 국제사회 고립에 지친 북한도 중국이라는 무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으로 북·중 관계는 단순한 순치가 아닌 한층 발전된 순치가 됐다고 더디플로맷은 설명했다. 서로를 보완하고 보호하던 북·중 관계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카드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닉 비슬리 호주 라트로브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최근 미국 ABC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중 관계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됐지만, 이제 그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종 이들의 관계를 입술과 이의 관계로 설명하는데, (이가) 입술로 보호돼 있다는 것은 북한의 관점이자 중국의 주장”이라며 “’이'는 언젠가 입술을 물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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