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정년연장 운은 뗐는데…" 정책 의지·추진 시기 논란도

이경태 기자입력 : 2019-09-18 17:22
인구구조 변화 속 더 미룰 수 없는 과제 경직된 노동시장·임금구조 개편 선결 과제 수두룩 "2022년 20대 대선 해에 검토하겠다"는 발표 논란
절대 인구 감소를 눈앞에 두고 생산성을 담보한 잠재성장률마저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유지를 위한 선택지는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수순으로 꼽힌다. 정부가 일본식 계속고용제도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힌 것은 2025년께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고령사회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18일 정부는 정년 연장의 운만 뗐을 뿐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노동시장이 경직된 현 사회구조에서 임금체계 개선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어렵다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일자리를 두고 청년층과 고령층의 갈등이 심해질 수도 있고, 결국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 부담을 안길 수도 있다. 생산성을 담보로 한 보상이 이뤄진 이후에야 정년 연장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식 벤치마킹, 인구구조 변화 속 불가피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사회적 부담이 커진다. 이 문제에 일본은 '일하는 고령자' 정책을 쓰고 있다. 2013년에 65세까지 고령자 계속 고용을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안정법안을 발표했다. 재고용 방식도 함께 도입한 상태다. 지난 6월 기준 79.3%의 기업이 재고용 방식으로 고령자를 채용했다. 앞으로 계속 고용 의무 연령을 70세까지 늘리고 고용방식도 더 다양화할 예정이다.

정부가 우선 일본과 같은 계속고용제도를 눈여겨보는 이유다. 제도를 도입해도 이를 실천할 주체는 민간 기업이다. 그렇다 보니 당장은 고용 연장에 자발적으로 나선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계속고용제도가 민간 기업 현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예기간도 줄 계획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일본 사회가 가장 많이 도입한 고령자 고용 형태는 △계속고용제도 △임금피크제 △퇴사 처리 후 재취업 등으로 꼽히며, 최근엔 타사 재취업이나 프리랜서 고용 등 다양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며 "일본의 제도를 더 효과적으로 도입하는 데 다양한 현장 연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직된 노동 현실 속 노동자·기업 모두 힘겹다"

경제전문가들은 2022년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정년연장을 고려한 대책이 한국 노동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생산연령인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지만, 상당히 '대증요법(對症療法)'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본 사회와 달리, 한국사회의 고용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직된 노동시장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이 경직적이고, 생산성을 반영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청년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각종 노동 관련 이슈로 고용에 따른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 있는 상태에서 고용을 연장하라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이면서 시장에 부담을 안겼다. 여기에 연공서열 식의 임금 보상체계 역시 해외 제도를 접목하는 데 장애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에도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문제다. 최악의 경기 상황에서 인력과 자금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들로서는 정년 연장을 염두에 둔 정부의 고용정책이 달갑지 않다. 한 기업 대표는 "고령 노동자를 계속 채용해서 쓴다는 것에 대한 분야별 차이가 크고, 앞으로도 경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업들이 도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더구나 2022년은 차기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인 고용체계 개편과 정년 연장 문제가 정책적인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노동시장에 대한 제도 개편은 사회적·정치적 합의가 중요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 변화 속에서 정년 연장에 더해 앞으로 폐지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국내 고용환경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고 근로·임금체계 등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계층 간 갈등만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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