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안맞는 만남, 왜 환불 안되죠?”…결혼중개업체, ‘계약해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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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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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원, "과다위약금 부과·환불불가 규정 등 계약해지 방해 사례 많아"

#사례1. 2017년 5월9일 이모씨는 ‘계약기간 2년, 만남 횟수 무제한, 회원가입비 1225만원’의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관례적으로 2장의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업체의 설명에 따라 2개 계약서를 작성했다. 1차계약서에는 회원가입비 1095만원, 횟수제(계약기간 1년, 만남횟수 2회, 2차계약서 회원가입비 130만원, 기간제(24개월, 만남횟수 무제한)으로 명시해 계약했다. 이씨는 2회의 만남을 제공받은 후 계약 체결후 1년이 안 된 시점인 지난해 4월16일 계약 해지를 요청했으나, 업체에서는 2차 계약금(130만원)의 80%에서 잔여일수·총일수인 50만원대의 환급금만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례2. 지난해 5월11일 김모씨는 아들을 대신해 국내결혼중개업체와 계약 체결을 하면서 회원가입비 100만원을 결제하고, 계약 당일 상대방 여성 프로필을 제공받았다. 계약 당일 아들이 결혼중개서비스 이용을 거부해 김씨는 업체에 바로 계약 해지를 요청했으나, 업체는 위약금 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50만원만 환급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계약 당일, 상대방을 만나기 전에 해지를 통보했는 데도 회원가입비(100만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50만원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적정 대금의 환급을 요청했다.

#사례3. 2016년 3월17일 이모씨는 ‘만남 횟수 무제한, 회원가입비 550만원’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희망조건으로 ‘출산 가능한 40대 초반, 무자녀, 비종교인’을 제시했고 결혼중개업체에서 이를 반영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6회 매칭(만남)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자녀가 있거나 종교가 있는 등 우선 희망조건에 맞지 않은 상대를 소개받았다. 사업자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므로 계약해지를 요구하자 업체에서는 환급 불가를 주장했다. 

결혼중개서비스는 결혼을 위한 상담 및 알선 등을 해주는 대가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회원가입비를 받는 고가의 서비스다. 하지만, 사업자의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결혼중개업법)’ 법규 미준수로 인해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17일 국내결혼중개업체를 대상으로 거래실태 및 관련 법규 준수 여부 등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3년 간(2016~2018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국내결혼중개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774건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계약해지·위약금’이 546건(70.5%)으로 가장 많았고, 사업자의 ‘계약불이행·불완전이행’이 170건(22.0%)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결혼중개업체를 대상으로 거래실태 및 관련 법규 준수 여부 등 조사결과 피해유형별 피해구제 접수 현황. [표=한국소비자원]

구체적으로는 소비자의 계약해지 시 사업자가 과다한 위약금을 부과하거나 환급 불가 규정을 두는 등 정당한 계약해지를 방해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밖에도 계약해지 시 환급액을 줄이기 위해 실제 내용과 다르게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소비자의 희망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상대방을 소개하는 사례도 다수 있었다.

지난해 접수된 국내결혼중개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 중 계약서 확인이 가능한 55개 업체의 계약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일부 업체가 ‘결혼중개업법’에 따른 주요 정보 제공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중개업법’에는 결혼중개서비스의 내용 및 제공 방법, 환급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표준약관 및 표준계약서에도 같은 내용을 명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대상 55개 업체 가운데 11개 업체(20.0%)가 ‘서비스 제공방법’을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비스 제공방법은 횟수제인지 기간제인지에 따라 중도 해지시 환급금이 달라지므로 계약서 작성 시 명확히 기재할 필요가 있다.

계약 해지 시의 ‘환급 기준’과 관련해서는 환급기준을 표시한 36개 업체(65.5%) 중 13개 업체(36.1%)만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적용했고, 나머지 23개 업체(63.9%)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데이트를 하고 있는 미혼 남녀[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 업체 중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28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홈페이지 내 주요 정보 제공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중개업법’은 국내결혼중개업자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할 경우 수수료·회비, 이용약관 등을 이용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게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수수료·회비’의 경우 조사 대상 28개 업체 중 7개 업체(25.0%)만이 이용자가 개인정보 제공없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게시하고 있었고, 나머지 21개 업체(75.0%)는 개인 신상정보를 제공해야 수수료·회비를 알 수 있었다. ‘이용약관’의 경우 16개 업체(57.1%)가 회사와 회원의 권리·의무를 기술한 약관이 아닌 단순 인터넷서비스 약관을 표시하거나 전혀 표시하지 않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결혼중개업자의 결혼중개업법 상 정보제공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를 관계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 국내결혼중개업체 이용 시 ‘수수료·회비’나 ‘서비스 제공방법(횟수제/기간제)’, ‘환급기준’ 등이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기재되어 있지 않을 경우 명확히 기재해줄 것을 사업자에게 요구하도록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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