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의 무서운 'IT 굴기....'초격차'로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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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9-09-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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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과거 잣대로 중국 평가 금물, ‘도토리 키 재기’만 하면 살아날 방도 없어-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독일 베를린에서는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인 'IFA 2019'가 개최되고 있다. 이는 연초에 개최되는 미국의 'CES'와 스페인의 ‘MWC’와 더불어 세계 3대 IT 박람회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신제품 출시와 향후 트렌드를 주도하는 각축장이 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끈다. 특히 ‘IFA'는 매년 8월 혹은 9월에 개최되면서 보다 실용적이면서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기업들이 IFA에 보다 공을 더 많이 들인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유럽 시장이 상대적으로 중국 브랜드들에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엔 전시장 부스 절반을 중국 기업들이 채웠고, 화훼이가 개막식 기조연설을 맡을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중국의 입김과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미국의 CES는 미래 기술과 트렌드를 중시하는 이벤트임으로 인해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삼성이나 LG 등 한국 브랜드들이 불안하지만 위상이 계속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금년에도 중국 기업은 1,211개가 참가한 반면 한국은 고작 1/3인 338개에 그쳤다. 양적 공세에 기가 죽은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 일본 브랜드들도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어 초조감은 더해진다.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니·파나소닉·샤프·히타치 등의 전시장의 한복판에 위치했지만 이제는 흘러간 레퍼토리다. 우리 브랜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중국은 호시탐탐 우리의 뒤를 노린다. 격세지감이지만 시장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불편한 진실만 있을 뿐이다.

올 IFA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중국의 'IT 굴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가전업계 관계자들에게 더 이상 앞서가는 벤치마킹 대상은 없다. 오히려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중국 브랜드들의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이들의 수준과 실력을 파악하는데 혈안이다. 중국 경쟁자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객관적 증거다. 격차가 상당 폭 좁혀졌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을 부지런히 따라하던 중국 브랜드들에게 이제 거의 다 따라잡혔다는 것이 정설로 들리기도 한다. 차별화에서는 다소 뒤지지만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능이나 가격대의 상품을 개발하는 기획력 측면에서 한국을 앞지른다는 것이 대체적 시장의 평가이기도 하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목마른 자들은 중국 브랜드들이다.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려고 안달을 한다. 우선 넘어야 할 목표로 한국 브랜드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자동차나 IT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한 이들의 움직임이 매우 분주하다. 그것이 추격자의 본색이고, 급기야 남의 것을 베끼고 모방하는 지구촌 최대의 스틸러(도둑)가 되도록 만들었다. 돈으로 첨단 기술 기업을 매수하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지난 199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도 일본으로부터 뭔가를 가져오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다녔다. 그 당시는 일본 기업으로부터 설움도 당했고 핀잔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일부 품목에서 일본 기술을 능가하기 시작하면서 배고픈 추격자의 의지가 한풀 꺾였다.

현재의 격차를 가지고 미래 먹거리 개발에 차별화와 스피드 업을 하는 것이 ‘초격차’

잃어버린 20여년을 경험한 일본 기업들에게 가장 쓰라린 기억이 있다. 가전제품 부문에서 한국에 1등자리를 내준 것이다. 일본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니’가 무너진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지나치게 1등 사수에 사활을 건 나머지 여유 있는 2등으로 선두 자리를 넘보던 한국 브랜드에게 졸지에 패퇴를 당했다. 제살 깎아먹기 식으로 자기 브랜드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다가 자중지란이 일어난 셈이다. 이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교훈이 요즘 일본 기업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또 하나의 비결이 되고 있다. 더 이상 한국, 중국과 피 튀기는 경쟁을 하지 않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술에 특화를 하여 차이를 벌리겠다는 심산이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전략이고,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재 우리는 어떤가? 중국의 추격을 두려워하면서 의기소침해 한다. 우리가 알던 과거의 중국은 없고,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중국은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그것이 예상보다 좀 더 빨리 찾아오고 있다는 점에서 당황스럽다.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였듯이 중국 기업이 우리 기업을 앞서가는 분야도 속속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는 그 수가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중국과 사사건건 도토리 키 재기 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무용지물이면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면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차이를 벌리고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다. 더 이상 호들갑을 떨지 않는 냉정함과 차분함이 필요하다.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을 두고 벌이고 있는 경쟁은 결국 시간의 문제로 귀착된다. 현재는 다소 앞서간다고 하더라도 대등해지거나 잡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그렇다면 파이가 획기적으로 클 수 있는 새로운 분야에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이 필요하고 타이밍 포착도 중요하다. 프리미엄 가전과 스마트 홈 혹은 시티를 접목하는 것과, IT와 자동차를 결합하는 미래 자동차 분야의 핵심 분야 등에서 현재의 우위로 경쟁자를 따돌리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초격차’다. 이를 위해 원래 우리가 갖고 있던 스틸러의 본성을 회복해야 하고, 글로벌 선진 기업과의 합종연횡 내지 어제의 적과도 동침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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