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입력 : 2019-08-23 15:43
중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무리한 확장이 불러온 결과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중국의 사드 보복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게 실패와 좌절이라는 그림이 거의 없었다. 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더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더 컸다. 여기에는 중국 시장 내에서 경쟁 상대인 로컬 혹은 일본 기업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이 상승 작용을 했다. 수요 대비 공급 과잉으로 인해 벌어질 시장 구조의 변화와 엄청난 시련에 대한 대비가 전무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 구조의 틀 안에서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의 부상과 글로벌 플레이어들 간의 역학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이 불러올 참사를 예측하지 못했다. 사드 보복이 결정적 원인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묘하게 겹치고 있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현대·기아車다. 2010년을 전후로 중국의 전 산업에서 공급 과잉이 제조업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2013년 세계 최대 태양광 업체 ‘선텍’의 파산이 도화선을 당겼다. ‘세계의 공장’ 중국판 딜레마의 서곡이 되었다. 하지만 이 쓰나미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일하게 독야청청했던 산업이 바로 자동차다. 14억이라는 거대 인구에다 교체 수요보다 신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언젠가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2016년부터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급기야 2018년에는 마이너스 3%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타났다. 28년 만에 결국 올 것이 온 것이다. 수요 감소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러한 판매 부진 속에서도 중국 내 완성차 메이커 간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소위 잘 나가는 공장이 있는 반면 죽을 쑤는 공장들이 명암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패퇴하면 공장 가동률을 줄이기나 생산 시설을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특히 미국계의 포드나 프랑스계 푸조 혹은 PSA 등은 보따리를 싸서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기아 등 한국車는 3년 연속 시장에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車는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 2011년 중‑일 간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영유권 분쟁으로 일본車의 점유율이 한동안 대폭 하락하였지만 2015년부터 본격적인 만회를 하면서 이제는 한국車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판세로 바뀌었다.

2015년 중국의 GDP가 0.4% 하락했지만 일본車의 판매대수는 341만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3%나 증가하면서 회복의 도화선을 당겼다. 2018년 일본車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19.1%에 달하였으며, 올 상반기에는 22.5%까지 치고 올라가고 있다. 한국車는 2014년 9.0%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5년 7.9% △2016년 7.4% △2017년 4.8%, 2018년 4.7%로 4년 연속 하락했다. 금년 1~2월엔 3.8%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시장 내에서 한·일 브랜드 간의 격차가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일본車의 아성을 넘지 못하면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 축소될 것이다.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과거와 같이 머무를 수 있는 중간 지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한 시장 예측 따르지 않으면 패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 주먹구구식 접근은 금물

중국 로컬 완성차업체들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작년 중국 시장 판매 순위 4위로 부상한 지리자동차의 도약이 특히 괄목할 만하다. 유럽 완성차 메이커들을 인수, 기술력을 높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필자가 2012년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지리자동차의 본사를 방문할 시 로비에 걸려 있는 “현대車를 벤치마킹하자”는 슬로건을 보면서 예사롭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벤치마킹에 그치지 않고 현대車를 따라 잡아야만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단 지리자동차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중국 로컬 완성차 메이커들이 일본車보다는 한국車를 우선적으로 넘어서야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내수 시장은 갈수록 강자와 약자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부터 생산 시설의 과잉이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2018년에는 무려 1,200만대 이상의 여유 시설이 생겨났다. 자연스럽게 가동률이 70%대로 떨어지면서 피를 튀기는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미·독·일 브랜드에 비해 품질이나 지명도에 밀리면서 한국車 공장의 가동률은 최하위인 50% 이하로 뚝 떨어졌다. 쓰촨의 상용차 공장 가동률은 10% 대에 그친다. 급기야 가장 오래된 현대車 1공장이 폐쇄되었고, 다른 공장들도 상황 전개에 따라 문을 더 닫을 수 있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 옌청 소재 기아車 1공장은 합작 파트너인 위에다(悅達)에 넘겨져 전기차 공장으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중국 자동차 공장의 생산 설비 과잉은 상수다. 일시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서 패자가 된 브랜드는 중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車의 실패는 중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경쟁 상대를 과소평가한 데서 기인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시장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따르지 않으면 미국이나 인도 시장에서도 제2의 중국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중국 시장에서의 한국 상품의 고전은 자동차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화장품도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치고 올라오는 로컬 업체들이나 글로벌 경쟁자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우리 업체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더 이상 주먹구구식 시장 접근은 절대 금물이다.







 
어린이꽃이 피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제3회 서민금융포럼
    김정래의 소원수리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