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 대진단] 학계·민간 전문가 “대형 인프라 없어 경쟁력 뚝..더 늦으면 골든타임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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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19-09-1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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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마이스 산업에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잠실 마이스 사업과 킨텍스 제3전시장 확장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1970년대 만들어진 예비타당성 검사 등을 현재 실정에 맞게 재정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태영 인터컴 대표는 “두 사업 모두 진행돼야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된다”고 주장했다. 김철원 경희대 교수와 이창현 전시컨벤션경영연구소장은 “서울에 우선적으로 대형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며 최 대표의 주장에 의견을 덧붙였다. 황희곤 강원국제회의센터 이사장은 “마이스 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엔 현재 제도가 뒤떨어진다”며 선제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다음은 각계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김철원 경희대 전시컨벤션경영학과 교수(좌장)= 아셈과 에이팩(APEC) 등 정상회의 같은 초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할 수 있도록 1997년에 국제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2000년 초반에 부산, 제주, 대구 등 여러 곳에 컨벤션센터가 생겨났습니다. 지방 활성화 측면에서 바라보면, 중소형 전시회 구축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는 대형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지방에만 중소형 컨벤션센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공항, 숙박, 쇼핑센터 등이 갖춰진 수도권에 대형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지만 2011년 킨텍스에 제2전시장이 증축된 후 새로 구축된 시설이 없습니다. 특히 서울에는 20년간 대형 인프라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최근 적격성 및 타당성 심사가 진행 중인 잠실 마이스 사업과 킨텍스 제3전시장 확장을 두고 여러 각도에서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창현 전시컨벤션경영연구소장은=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프라입니다. 마이스 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유럽 같은 경우 대형 전시회장이 생기니까 퀄리티 높은 전시회가 몰려듭니다. 큰 전시회가 열리고 핵심 바이어들이 참가해야 하는데 한국은 대형 전시회 유치가 힘든 상황입니다. 서울이 20년째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대형 전시회 중 하나인 모터쇼도 이름은 ‘서울 모터쇼’인데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은 주변 인프라 조건이 다른 지역과 다릅니다. 호텔이 있고, 쇼핑센터가 있어, 국제화시키기 좋은 입지 조건을 갖췄습니다. 그런데 수요가 가장 많은 곳에 공급 제한을 뒀습니다. 역설적입니다. AT센터가 2003년 만들기는 했으나 작은 전시회일 뿐입니다. 지금은 대규모 전시회장을 만들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기간 싱가폴만 봐도 전체 전시 면적이 3배 이상 커졌습니다. 주요 기업들이 어느 정도 규모 있는 대형 전시회에 참여합니다. 지금처럼 지방에서 작은 전시회만 열다보면 주요 기업들 다 빠져 나갑니다. 우선적으로 잠실 마이스 사업이 빨리 추진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황희곤 강원국제회의센터 이사장= 마이스 산업에 실제 투입된 예산과 국민의 관심사 등이 크게 늘어났을 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대형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잠실 마이스 사업과 킨텍스 제3전시장 증축이 지금 허가 돼도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러면 우리는 뒤처지는 겁니다. 업계에서 수요가 넘친다고 할 때 공급을 해줘야 합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됩니다. 1970년대 만든 예비타당성 같은 제도를 마이스 산업에 적용하고 있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수요가 넘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편익분석(BC)을 따지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최태영 인터컴 대표= 컨벤션의 경쟁력은 결국 컨벤션센터의 크기에 있습니다. 2000년대에 제주, 부산 등 많은 곳에서 전시장이 구축됐습니다. 지금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중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전혀 중축되지 못 했습니다. 국제협회 연합(UIA)에 따르면 서울은 국제회의 유치에 상위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컨벤션시설이 갖춰지면 그 센터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를 비롯해 여러 단체가 노력을 합니다. 현재 잠실 마이스 사업과 킨텍스 제3전시장 추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두 군데 중 어느 한 군데만 기회를 줘서 사업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 모두 추진돼야 합니다. 각각의 특색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창현 소장= 마이스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산업이든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그 분야 전문가 데려와서 이야기 들어보고 기술을 교류하고, 바이어들이 네트워킹을 하고, 그런데 컨벤션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샌디에고와 두바이는 이런 방향의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선도적인 도시들이 컨벤션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김철원 교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건데, 최근 한국은 대형 인프라 부족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인프라라는 건 전시컨벤션센터인데 마이스 산업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서울 쪽에 마이스 산업을 구축하지 않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싱가폴 등은 마이스 산업을 하나의 산업 플랫폼으로 봅니다. 그러나 한국은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칩니다. 질적 성장을 못하다 보니 양질의 방문객도 못 오게 되는 위기에 놓였습니다. 대형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인프라만 커진다고 해서 다는 아닙니다. 전시회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며, 그 이전에 마이스 산업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통계, 전시회 평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런 부분도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최태영 대표= 컨벤션 산업은 단일 컨벤션만 놓고 측정할 수가 없습니다. 파급되는 부분이 많고 연관된 산업이 많습니다. 비행기, 호텔, 관광회사, 행사 기획사 등 곳곳에 영향을 미쳐 측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창현 소장= 서비스는 무형적인데 어떤 전시회가 좋은지 평가할 기준이 없습니다. 참관객 숫자 부풀리기가 너무 심합니다. 그런 부분을 분별하는 인증이란 시스템이 도입되기는 했지만, 한계가 있는 실정입니다. 좋은 전시회를 선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황희곤 이사장= 전시나 마이스 산업은 그 파급효과가 참가자 수만 아니라 참가객들이 방문해서 숙박하고 쇼핑하는 것들을 모두 포함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통계에서는 이런 부분을 다 고려하지 않습니다. 전시컨벤션센터가 유무형의 큰 파급효과가 있는데 눈에 보이는 통계만 집계하고 있습니다.

◆이창현 소장= 독일 전시통계위원회(FKM) 정책을 보면, 몇 명이 오느냐에 대한 집계는 기본입니다. 여기에 참관객의 구매 포지션, 제품 관심도 등을 고려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같은 데이터는 참가업체가 성과를 예측하고 참가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현재 한국은 단순히 몇 명인지에만 국한돼 있습니다. 전시회는 마케팅 이벤트이기 때문에 참가 업체들은 세일즈가 됐든 브랜드가 됐든 성과를 내기 위해 참여합니다. 우리는 이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김철원 교수= 경제적 파급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입찰로 진행하다보니 제대로 조사도 안 되고 결과물도 안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나 공사 쪽에서 많은 일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담당자들이 끊임없이 바뀝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진흥원이 있다면 좀 더 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파급효과 조사는 아웃소싱을 진행할 테지만요. 결국 질적 성장을 측정할 수 있는 명확한 평가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투자자본수익률(ROI) 등을 측정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질적 효과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소형 중형 대형 등을 나눠 측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마이스 산업의 양적, 질적 성장을 주기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에 마이스 산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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