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 48. 말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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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09-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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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무드

#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뱀을 보고 말했다. "사자는 먹잇감을 쓰러뜨린 다음 먹고 늑대는 먹잇감을 찢어 발겨서 먹는다. 그런데 뱀아 너는 어째서 통째로 삼켜버리느냐?" 뱀이 대답했다. "나는 잔인하게 남을 물어뜯는 녀석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나는 적어도 입으로는 상대방을 괴롭히지 않거든." -탈무드(샤이니아∙서교출판사)

'탈무드'는 5000년간 이어진 유대민족 역사의 지혜가 담긴 책입니다. 이 지혜의 보고(寶庫)에는 '말조심'을 경고하는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혀는 그 어떤 음식보다 달콤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더 무섭다",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험담을 한 자, 험담을 들은 자, 험담의 대상자 등을 모두 죽일 수 있다", "물고기는 항상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항상 입으로 낚인다" 등의 교훈을 전합니다.

현재 유대인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과거 끊임없이 고난과 핍박을 받아 왔습니다.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주류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계속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말조심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서 말조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괜한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그것이 나중에 자신에게 화살로 되돌아오는 것들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말들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입니다. 소셜미디어(SNS) 발달로 말이 빠르게 퍼지면서 말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일단 내뱉고 봅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출간할 때 반드시 마지막 장을 비워 둔다고 합니다. 이는 현재까지 탈무드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말을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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