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 50. 악당이 응원 받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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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10-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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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식 '나는 악당이 되기로 했다'

# 선량했던 주인공이 벼랑 끝으로 내몰려 악당이 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할 때, 관객은 그에게 동정심과 친근한 감정을 느낀다. 공감하는 순간 악당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나는 악당이 되기로 했다(김헌식∙한권의책)

영화 '조커'가 화제입니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악당에게 사람들이 큰 호응을 보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악당의 사연에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 듯 보입니다. 조커는 평생을 학대, 폭력, 가난, 차별 속에서 살아온 인물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로 뇌를 다쳐 아무 때나 웃음이 터지는 정신 질환을 앓게 됐습니다. 때문에 그는 사회에서 완전히 버려진 존재가 됐습니다. 끝내 "너는 세상을 웃게 하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어머니 말에 대한 믿음마저 무너지는 순간 분노가 폭발하면서 조커라는 악당이 탄생합니다.

대중들은 그에게서 동정심을 넘어 동질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조커가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는 그와 자신의 처지가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아등바등 살아보지만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현실, 결국 백 있고 돈 있는 사람만 성공하는 불공평한 사회에서 영화 주인공과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이에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 범죄를 저지르는 조커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 이 영화에서는 사회 엘리트 계층이 등장합니다.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돈 많은 부자, 성공한 코미디언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공정치 못한 사회에 불만을 품고 폭동을 일으킨 이들을 깎아내립니다. 자신의 성공은 스스로 노력해서 쌓아 올린 것이고, 이에 불만을 품는 이들은 그저 '광대'일 뿐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들의 기준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득권들의 시각이 현재 우리 사회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선악의 경계가 무너지고 악당이 응원을 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미쳐버린 세상이라고만 하기에는 무언가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사진=조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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