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가계부채 '고개'···연내 1500조 돌파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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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8-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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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분기 대출잔액 15.4조 이상 증가···'R의 공포' 우려

한동안 둔화됐던 가계부채 규모가 다시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채 증가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15조4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1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1451조9000억원이었으나 2분기 말 잔액은 1467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아직 학자금대출 등 기타대출의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큰 추세에 변화가 없으리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규제와 주택 매매거래 감소가 맞물리면서 3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분기에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1분기보다 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대폭 확대됐다.

아울러 지난달 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8000억원이나 늘어 5월(5조원)이나 6월(5조4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추세대로면 가계대출 잔액 규모가 15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억제하겠다고 선언한 정부의 예측보다 다소 빠를 수 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분기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4.1%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지난해 기준 명목 GDP 성장률은 3%에 불과하다.

가계대출이 성장률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나, 더 큰 문제는 R의 공포 속에서도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 부채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침체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이 찾아온다면 물가상승률과 성장률도 동시에 낮아진다. 이 상황에서 부채가 늘어나게 되면 가계가 빚을 갚기 위해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물가와 성장률이 더 낮아지게 돼 경제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나타났기 때문에 부채 디플레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안 발표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12일 조사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이 지난주 대비 0.02% 올랐으나 상승폭이 지난주(0.03%)보다 줄었다고 발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장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2분기에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났다"며 "저성장과 겹친 디플레이션에 자산 가격의 하락이 겹친다면 우리 경제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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