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베일 벗은 新한반도 비전 '완성판'…'평화경제 핵심' 키워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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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박경은 기자
입력 2019-08-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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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제74주년 8·15 경축사 7800여자…'경제' 총 39번 강조·'평화' 27번에 그쳐

  • 민족주의적 對日 메시지 없이 투 트랙 강조…"日, 동아시아 공동체로 나와라" 촉구

  • 광복절 후 지소미아 재연장, 1차 분수령…與 '정보공유만 일시 중단' 플랜 B 제시

  • 오는 9월 유엔 총회로 다자 무대 막 올라…내달 일왕 즉위식 전후 특사 가동 주목

  • 나루히토 일왕 "과거 반성"·아베 관련 언급 無…한·일 관계, 日 내각 호응에 달렸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였다. 그야말로 경제 경축사였다.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74주년 8·15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은 '경제 강국론'이다. 이는 취임 직후인 '2017년 신(新) 베를린 구상의 평화공존→2018년 3·1절 기념사의 신 한반도체제'를 넘어선 업그레이드 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7800여자로 쓰인 경축사에서 경제를 총 39차례 언급했다. 평화(27차례)보다 12차례 많았다.

대일(對日) 메시지의 축도 '동아시아 경제 번영'에 초점을 맞췄다. 4차 산업혁명과 남북 경협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 자강론이 주축을 이룬 반면, 민족주의를 앞세운 반일(反日) 메시지는 없었다. 외교적 해결의 문은 열 되, 소재·부품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 등을 통해 극일(克日)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통일경제특구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던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가 남북 경협으로 축을 이동하는 '신 자주선언'의 시작이라면, 올해 광복절 경축사는 경제 자강론을 더한 '신 자주선언의 완성판'인 셈이다.

◆지소미아 재연장, 광복절 후 1차 변곡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이후 관전 포인트는 한·일 관계 향방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극일을 넘어 일본을 동아시아 평화의 길로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힘에 따라 한·일 관계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대응에 따라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4일로 다가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시한 여부가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이후 양국 관계를 가르는 첫째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한 2급 이하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보안원칙으로, 광복 이후 양국이 맺은 첫 군사협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입장과 변한 것이 없다"고 했지만, 애초 폐기 등 강경론을 폈던 여당 내부에서 '지소미아 유지·정보공유 일시 중단'을 골자로 하는 플랜 B가 나오면서 재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소미아 재연장과 일본의 추가 보복 수위 등은 오는 9월 하순의 유엔 총회를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10월 31일∼11월 4일(태국)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담 △11월 16∼17일(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양국 정상 간 톱다운 담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강국 통한 克日··· "건설적 협력 사인"

그 사이 일왕 즉위식(10월 22일)도 예정돼 있어 한국 정부에서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경우 자연스럽게 특사 외교도 가동된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유화적으로 톤을 낮추면서 한·일 협력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9월 유엔 총회 등 다자 무대에서 몇 번의 우여곡절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 경축사를 통해 "남과 북의 역량을 합친다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8000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며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이날 도쿄도 지요다(千代田)구 '닛폰부도칸(日本武道館)'에서 열린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4주년 기념행사인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깊은 반성(深い反省)'을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책임' 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13일 시모노세키(下關)시에서 후원회 관계자들과 만찬에서 '양국 민간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파국 갈림길에 섰던 한·일 관계가 봉합 수순으로 간다면, 경제강국을 앞세운 문 대통령의 신한반도 비전은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경제강국'을 광복절 경축사 키워드로 뽑은 것은 급변한 대외 상황과 무관치 않았다. 일본발(發) 경제 보복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한·미 동맹 균열 우려, 미국과 이란 사이에 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중·러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침입 등으로 한반도는 내 편이 없는 '갈라파고스 외교'로 전락했다.

청와대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을 중심으로 한 달 반 동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민정비서관실·정책조정비서관실·정무비서관실은 국회의원 등 각계각층 전문가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의 1순위는 역시 '경제'였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반일 감정보다는 (경제를 통해) 대화로 풀겠다는 것은 건설적인 타협을 하겠다는 사인"이라고 전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국제평화행진 대학생 홍보단이 '우리가 역사의 증인입니다'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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