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광복 기획-극일, 경제로 이겨라] 글로벌 밸류체인 무시한 일본…韓, 전화위복 계기 삼아야

노승길 기자입력 : 2019-08-16 01:00
일본 자충수에 단단해지는 한국…'기술독립'을 외치다 글로벌 밸류체인 설계국가로 거듭나야…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속도'
일본이 글로벌 밸류체인을 무너뜨리고 있다. 한·일 양국 간 외교·정치 문제를 수출규제라는 경제보복 조치로 이어가면서다. 이 같은 일본의 엇나간 선택은 자유무역의 기초 아래 형성된 글로벌 밸류체인의 뿌리를 흔들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바난을 받는다.

일본의 잘못된 판단에 우리나라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글로벌 밸류체인을 무시하는 일본의 자충수에 맞서 소재·부품 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국내 산업을 튼튼히 하고 신(新)남방 국가와 같이 고속성장을 이루며 글로벌 밸류체인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국가와 새로운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자충수에 단단해지는 한국··· '기술독립'을 외치다

일본은 지난달 1일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해 우리나라를 상대로 사실상 금수조치에 해당하는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것. 같은 달 4일 이들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한 데 이어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를 골자로 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도 의결했다. 다만, 사실상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 조치라는 게 드러났다.

이는 특별한 예외를 빼놓고선 수출에서 수량 제한을 할 수 없도록 한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위반한 것이다. 더구나 한국 산업의 빠른 성장세를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한국이 D램 등 전통적 반도체 부문에서 일본을 추월하고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등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이 아직 우위에 있는 소재·부품을 활용해 발목잡기에 나선 것이다.

일본이 수출규제의 첫 타깃으로 삼은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생산공정에 필수적인 소재이면서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이들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이 지연되면 국내기업의 반도체 생산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외 추가 품목 지정을 하지 않았지만,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빠지는 오는 28일 이후에는 미래 먹거리 산업인 전기차나 수소차 소재를 겨냥해 탄소섬유 등의 수출을 막거나 지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산업의 걸림돌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로 바뀌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일(對日)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독립을 이뤄야 한다는 데 대해 정부와 업계, 그리고 국민까지 하나로 아우르는 공감대가 생겼다.

정부는 또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탈(脫)일본'을 선언했다. '신(新) 독립선언'을 외친 것.

정부는 지난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 소재·부품·산업이 가진 구조적 취약점을 해결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한국 제조업이 새롭게 혁신해 도약하는 기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100대 핵심 전략품목을 1∼5년 내 국내에서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혁신형 연구개발(R&D) 지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인수·합병(M&A) 자금 지원, 수입 다변화 등 가용 가능한 정책 카드를 모두 동원하고 총 45조원에 이르는 예산·금융을 투입할 방침이다.

◆글로벌 밸류체인 설계국가로 거듭나야···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속도'

글로벌 밸류체인은 제품 설계, 부품·원재료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각 과정을 세계 각국에서 조달하는 생산 방식을 말한다. 즉, 글로벌 분업체계라는 의미다. 글로벌 밸류체인을 활용하면, 기업은 국가별 역할 배분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불화수소 등 소재를 수입해 우리나라가 국내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이것을 다시 중국, 일본, 미국 등이 IT 완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문제는 보호무역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이 삐걱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때문이다.

그간 동북아 분업체계는 각 국마다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한·중·일 3국은 기술력과 인건비, 자원 차이 등 각국이 우위에 따라서 유리한 부분들을 극대화하면서 산업 밸류체인을 형성했다.

그러나 일본이 몽니를 부리는 탓에 동북아 글로벌 밸류체인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이에 최근 인도와 아세안 등 고속성장을 이루는 신남방정책 대상 국가와 새로운 글로벌 밸류체인을 설계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전제조건은 기술 우위를 선점한 상태에서 경제성과 시장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신(新) 글로벌 밸류체인을 위한 협력의 첫걸음은 뗀 상태다.

아세안의 경우 세계 6위의 경제 대국으로 등극했다. 올해 아세안 GDP는 3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은 한국의 제2위 교역·투자·건설 파트너이다. 현재 8000개 이상의 한국기업이 아세안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한국의 대(對) 아세안 무역액은 16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아세안은 2030년께는 단일 생산기지, 단일 소비시장이 돼 국경 간 상품, 서비스, 자본, 투자, 숙련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국경 없는 하나의 경제체제가 될 것이라고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전망한다. 또 2050년에는 3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김영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우리 외교의 핵심과제로 자리매김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시의적절하고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라며 "신남방정책은 한 정부의 정책으로 그쳐선 안 되고 국가의 정책으로서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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