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세 AI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고했음에도 결론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단순히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것이냐 내릴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AI 시대에 삼성전자가 어떤 위치에 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실제로 미국 투자회사 서스퀘하나의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 메흐디 호세이니는 6월초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5만 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34만 원 안팎이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두 배가 넘는 상승 여력을 의미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50만 원에서 60만 원 수준의 목표가를 제시하던 시점에 나온 숫자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그러나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 뒤에 숨어 있는 논리였다.
제미나이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다. 제미나이는 삼성전자 한 기업이 아니라 전체 산업 사이클을 보았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중동이 동시에 AI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철도가 깔릴 때 철강 산업이 성장했고, 인터넷이 보급될 때 통신 산업이 성장했듯이 AI가 확산되면 결국 메모리 산업 전체가 폭발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챗GPT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것은 AI 패권 경쟁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엔비디아를 AI 혁명의 중심으로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엔비디아 GPU만으로 AI는 작동하지 않는다. HBM이 필요하고 DRAM이 필요하며 SSD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대부분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다. 챗GPT는 85만 원이 현재 실적의 가격이 아니라 미래 AI 패권에 대한 가격이라고 해석했다.
세 AI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결국 같은 산 정상에 도달했다. AI 혁명의 최종 승자는 단순히 칩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85만 원이라는 숫자의 의미
사람들은 흔히 주가를 숫자로 본다. 그러나 역사를 공부해 보면 주가는 언제나 미래를 먼저 반영했다.
1980년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다. 많은 사람들은 소프트웨어가 자동차나 철강보다 큰 산업이 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먼저 움직였다.
1990년대 아마존도 마찬가지였다. 적자기업이었던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기존 유통 대기업들을 넘어설 때 사람들은 비웃었다. 그러나 시장은 미래를 보고 있었다.
2000년대 애플 역시 비슷했다. 당시 휴대전화 시장은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주식시장은 늘 현재보다 미래를 먼저 사고 있었다.
삼성전자 85만 원설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현재 삼성전자의 평가가 아니다. 2030년의 삼성전자, 2035년의 삼성전자에 대한 상상력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HBM4 시장을 장악하고, 파운드리 경쟁력을 회복하며,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는다면 85만 원은 결코 불가능한 숫자가 아닐 수도 있다.
반대로 그 전제조건이 무너지면 85만 원은 신기루가 된다.
결국 숫자는 결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역사는 언제나 상식을 배반했다
오늘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메모리 기업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불과 40년 전만 해도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일본 기업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1980년대 일본의 NEC와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미국조차 일본 반도체의 공세에 밀려 고전했다.
그때 누가 한국 기업이 세계 메모리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상상했겠는가.
그러나 삼성은 해냈다.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말했다. 그 말은 단순한 경영 구호가 아니었다. 기술과 품질에 대한 집념이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일본을 넘어섰고 세계 1위가 되었다. 역사는 늘 그렇게 움직였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현실이 되고, 당연해 보이는 것이 무너졌다.
그래서 월가가 삼성전자 85만 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다. 과거 삼성전자가 보여준 혁신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삼성전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 번째는 HBM이다. AI 시대의 원유는 데이터이고, 그 데이터를 처리하는 핵심 장치가 HBM이다. 현재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85만 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HBM4에서 반드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두 번째는 파운드리다. TSMC는 이미 세계 최강이다. 삼성전자가 추격하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퀄컴과 엔비디아, AMD, 애플 같은 기업들이 다시 삼성 파운드리를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인재다. 반도체 전쟁은 결국 인재 전쟁이다. AI 시대에는 설계와 패키징,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까지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네 번째는 피지컬 AI다. 지금까지 AI는 화면 속에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AI는 로봇이 되고 자율주행차가 되고 스마트공장이 된다.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 반도체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진정한 승자가 되려면 메모리 기업을 넘어 AI 하드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존 템플턴이 남긴 경고
그러나 시장에는 언제나 위험이 존재한다.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은 세계 투자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통찰 가운데 하나를 남겼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고 회의 속에서 성장하며 낙관 속에서 성숙하고 행복감 속에서 죽는다."
1929년 대공황 이전에도 사람들은 영원한 번영을 믿었다.
2000년 닷컴버블 때도 사람들은 인터넷 기업이 영원히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부동산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되었다. 템플턴은 시장이 가장 뜨거울 때 가장 냉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두가 공포에 빠졌을 때 투자했고, 위기가 끝난 뒤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다.
그가 본 것은 주가가 아니라 인간 심리였다.
◆워런 버핏의 단순한 진실
워런 버핏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한다.그는 평생 복잡한 이론보다 단순한 원칙을 믿었다.
첫째,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
둘째,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라.
셋째, 훌륭한 경영진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라.
넷째, 적정 가격에 사라.
버핏은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하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투자 격언이 아니다.군중심리에 휘둘리지 말라는 뜻이다.오늘 삼성전자 85만 원설을 바라보는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정말 HBM과 파운드리, AI 인프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가. 그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 85만 원설은 단순한 주식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AI 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어디에 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AI 삼총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미래를 분석했다.월가는 숫자를 제시했다.투자자들은 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시장은 기술과 실적, 혁신이라는 냉정한 현실에 의해 결정된다.기술은 희망을 만들고, 경영은 희망을 실현하며, 실적은 희망을 증명한다.
주가는 그 뒤를 따라간다. 그래서 삼성전자 85만 원설의 진짜 의미는 목표주가에 있지 않다.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AI 혁명의 중심에서 다시 한번 세계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가.
바로 그 질문에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월가도, AI도 아닌 삼성전자 스스로가 앞으로 써 내려갈 기술과 혁신의 역사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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