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방위 대화 재개…냉각기 해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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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8-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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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사령탑 전화통화 뒤 美 관세부과 연기

  • 中 상응조치 나설듯, 9월 협상 가능성 고조

  • 외교수뇌부 전격회동, 홍콩 사태 논의 예상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 사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대화를 재개했다.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 이후 급격히 냉각된 양국 관계가 호전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역전쟁의 경우 최소한의 성과 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홍콩 문제는 중국이 워낙 강경한 데다 미국도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美 관세 연기…中 화답할 듯

14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전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지난달 30~31일 상하이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이후 양측 고위급 간의 첫 소통이 이뤄진 것이다.

신화통신은 "중국 측은 미국이 오는 9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한 데 대해 엄중 항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화 통화가 이뤄진 지 얼마 뒤 미국은 휴대폰과 랩톱, 비디오게임 콘솔, 컴퓨터 모니터 등 일부 품목의 관세 부과를 12월 15일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에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에 숨통을 틔워준 게 사실이다.

당초 예고한대로 추가 관세를 전면적으로 부과할 경우 미국 경제에 미칠 타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국이 화답할 차례다. 미국산 농산물 구매 재개가 가장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한 중국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가 이뤄지자 미국은 이튿날인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후 중국 인민은행은 아예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하며 미국을 자극해 왔다.

이번 통화에 류 부총리와 중산(鍾山) 상무부장과 함께 이강(易鋼) 인민은행장이 참여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안화 평가 절하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미국이 일부 관세를 연기한 만큼 위안화 약세를 지속적으로 용인할 만한 근거가 약화됐다. 위안화 절하를 놓고 속도 조절에 나설 공산이 크다.

양측은 2주 내에 추가 통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의 조치를 서로 지켜보며 오는 9월 미국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개최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적어도 9월 협상 개최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높아진 상황이다.

◆외교라인 수뇌부 회동…홍콩사태 영향은

미·중 경제 사령탑 간의 전화 통화가 이뤄진 같은 날 양국 외교라인 수뇌부는 전격 회동했다.

신화통신은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13일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대 현안은 역시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시위 사태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해 시작된 도심 내 시위는 홍콩 국제공항 점거 시위로 이어지며 확산일로다.

시위에 참여한 홍콩의 한 여성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실명 위기에 처하는가 하면, 시위대가 투척한 화염병 때문에 홍콩 경찰이 부상을 입는 등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군과 무장경찰 투입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홍콩 사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의 강압적인 조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제츠 위원도 최근 중국 관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등 일부 서방 국가가 홍콩 폭력 분자의 위법 행위를 선동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으로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미·중 외교라인 수뇌부 간의 회동 결과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 사태에 직접 개입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 미국에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많은 이들이 홍콩 문제에 대해 나와 미국 탓을 하고 있다"며 "나는 왜 그런지 상상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홍콩 문제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중국을 포함해 모두에게 잘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이 실제로 무력 개입에 나선다면 미국도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중국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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