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아베는 수출규제...수출부진에 떠는 日경제

김신회 기자입력 : 2019-08-08 15:41
미·중 무역전쟁 따른 수출부진 우려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 줄하향 10월 소비세율 인상 경기침체 우려 고조…BOJ 통화부양 회의론도
일본 내각부는 지난달 말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하향조정했다. 1월에 제시한 1.3%보다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0.8%였다.

내각부의 전망은 그나마 낙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취합한 민간의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0.5%에 불과하다. 내각부는 내년에는 성장률이 1.2%로 반등할 것으로 봤지만, 민간에서는 내년에도 0.5% 수준의 미약한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내각부 발표 이튿날 정부와 민간의 중간쯤 되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올해는 0.7%, 내년에는 0.9%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전망치는 0.1%포인트 낮추고, 내년 예상치는 그대로 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련의 전망에는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일본 정부와 BOJ, 민간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지목하는 악재는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다. 
 

◆수출부진 우려에도 한국엔 수출규제

일본 내각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내각부는 당초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3%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번에 전망치를 0.5%로 낮췄다. 일본의 수출은 지난 6월까지 7개월 연속 줄었다. 6월 감소폭은 전년동기대비 6.7%에 이른다. 미·중 무역전쟁에 중국의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 여파로 일본의 2분기 성장률이 1분기(2.2%)에 비해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중 정상의 휴전합의로 다소 진정되는 듯 했던 무역전쟁은 최근 다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방침에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금지, 위안화 약세 용인 등의 초강수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엔화 강세(엔고)가 가팔라진 이유다. 지난달 말 109엔에 가까웠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한때 105엔대까지 내려갔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엔고는 일본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출 부진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일본이 한국에 대해서는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결과로 일본 제조 대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BOJ의 단칸지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비세율 증세 앞두고 내수도 불안

향후 경기 전망을 둘러싼 민간 부문과 일본 정부의 온도차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에 대한 견해차에서 비롯됐다. 일본 정부는 고용을 비롯한 소득환경이 개선돼 소비세율이 올라도 개인소비와 기업 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가 견조한 추이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민간에서는 소비세율 인상이 내수 침체를 일으켜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에서는 1997년(3→5%), 2014년(5→8%) 소비세율 인상 때도 경기침체가 일어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불길한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 내각부의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심리의 강도를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가 지난 6월까지 9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것이다. 과거 소비세율 인상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신문은 명목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돌고,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 부담이 늘면서 가처분 소득이 늘지 않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만만치않은 부작용을 감수하고 소비세율 인상을 추진하는 건 막대한 부채 탓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53%(2017년 기준)로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소비세율 인상은 세수를 확충해 2020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달 30일 도쿄에 있는 BOJ 본점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BOJ '실험' 무용지물 '잃어버린 30년'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 뒤에 가진 회견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둔화가 일본 경제 회복에 제동을 걸 우려만 커져도 지체없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브렉시트), 중국의 성장둔화 등 경기하방 위험요인들이 일본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래 물가안정 목표를 향한 모멘텀(추진력)이 손상될 우려가 커지면 주저없이 추가 금융완화(통화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는 외부 악재에 대한 선제적 대응 조치로 장단기 금리 조작 목표 인하, 자산매입 확대, 본원통화 확대 가속화 등 추가 완화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BOJ가 조만간 추가 통화부양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문제는 BOJ가 1990년대 초 거품 붕괴 이후 이어진 '잃어버린 20년'을 비롯해 지난 30년 가까이 일본을 디플레이션의 수렁에서 끌어내기 위해 취한 일련의 통화정책 실험이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BOJ가 그동안 제로금리, 양적완화, 마이너스금리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일본 경제는 한창때의 체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구로다 총재는 취임 첫해인 2013년 마이너스였던 물가상승률을 2년 안에 2%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목표로 남아 있다.

급기야 일본에서는 최근 정부가 마구 돈을 찍어 재정지출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이단의 경제학', 이른바 '현대화폐이론(MMT)'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뒤따르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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